대한항공, 한진해운에 600억원 지원키로

입력 2016-09-21 23:35
대한항공 이사회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 정상화를 위해 약속했던 6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직접 언급하는 등 청와대와 금융 당국이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자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400억원 이상이 부족해 정부와 한진그룹의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21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매출 채권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키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자 무려 다섯 번의 이사회를 개최한 끝에 지원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한항공은 절차를 밟는 즉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54%)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자금을 빌려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사회의 ‘배임’ 논란과 함께 까다로운 절차도 문제가 됐다. 이미 롱비치터미널 자산을 담보로 끌어다 쓰고 있는 해외 6개 금융기관 및 스위스 해운사 MSC의 동의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보다 쉬운 길을 택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전후해 보유 중이던 2300억원의 매출 채권을 담보로 대한항공이 사내유보금 6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매출 채권의 대부분은 화주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운임비로 구성된다. 이로써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로 출연한 400억원을 합쳐 당초 약속했던 1000억원의 지원을 완수하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600억원의 구체적인 지원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배임 논란에 대해서도 이사회에서 충분한 검토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마련해 미국 하역작업에 투입한 200억원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내놓은 100억원, 한진그룹이 내놓은 1000억원을 합쳐도 1300억원에 그친다. 법원에 따르면 물류대란 해소에는 약 17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400억원이 부족한 셈이다.

또 스테이오더 발동 및 정상 하역을 위해 각국 정부와 법원, 터미널, 하역업체들과 해야 하는 비용 협상도 남아 있다. 하역을 완료해도 육상 수송 문제와 빈 컨테이너 처리, 미납 용선료 등을 포함해 6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매출 채권의 약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 채권은 받지 못하는 채권이 있는 등 담보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워 600억원을 모두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