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억원대 기부금 모금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미르재단의 김형수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창립총회와 현판식 때부터 재단 일에 참여했다”며 “이전 준비 단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나는 주체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으로부터 이사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미르재단은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 대한 의혹을 계속 받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2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미르재단의 정관 작성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정관을 어떻게 만드나. 내가 했으면 그렇게 만들지도 않았다”며 “창립 전에 이미 다 정리가 돼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대표(이사장)이기 때문에 정관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대표 명의가 들어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단 출범 전인 지난해 10월 20일 작성된 A4 용지 9장 분량의 재단 정관 맨 아래에는 ‘설립자 대표 김형수’라고 적혀 있다.
김 전 이사장은 재단 출범을 실질적으로 준비한 주체로 전경련을 지목했다. 그는 “전경련으로부터 초대 이사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비상임 이사장으로 추대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정관 작성 등 사전 출범 준비에 관여하지 않았고 대부분 전경련에서 추진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김의준 신임 이사장이 선임된 것도 전경련의 뜻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했다.
김 전 이사장은 재단에 ‘봉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문화 관련 분야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재단 이사장을 맡아 달라는) 전경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그거(이사장) 한다고 돈이 나와요, 권력이 나와요”라고 되물었다. 비상근 이사장은 재단으로부터 따로 급여를 받지 않는다. 가끔 회의 수당 명목으로 50만원 정도를 받은 게 전부라고 했다.
김 전 이사장은 미르재단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에 대해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재단 일이 시끄러워 놔두고 싶어도 책임감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며 “재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장이 상근 가능하게 정관을 개정하고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2일 임기를 두 달 가까이 남긴 채 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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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
[단독] “재단 정관, 창립 전에 이미 정리돼 있었다”
입력 2016-09-22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