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북제재 강화 신호… 제2,제3의 ‘훙샹’ 막을까

입력 2016-09-22 04:02
훙샹그룹 대표인 마샤오훙. 왕이망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가 입주해 있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빌딩. 왕이망
중국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불법 제공한 혐의로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 조사에 나서면서 그동안 느슨했던 대북 제재를 바짝 조일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정부가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북한의 제5차 핵실험으로 중국도 제재 명분이 한층 더 커진 상황이다.

훙샹에 대한 중국 공안의 수사 착수는 리커창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위해 사법 공조를 하기로 합의한 것과 연관돼 상당한 의미가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검사들을 두 차례 베이징에 보내 훙샹과 훙샹그룹 대표인 마샤오훙의 불법 행위를 통보하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사법 공조는 중국 공안이 나서서 불법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뜻”이라면서 “훙샹 외에도 북한과 불법 거래를 했던 다른 기업들에 상당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중국이 새로운 대북 제재로 핵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북한의 잦은 핵실험은 과거 제재가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중국은 새 제재를 부과해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는 “일부 민간 중국 기업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 정부의 규제에도 북한과 교역을 계속하는데 향후 제재는 이 문제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2, 제3의 훙샹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북 제재와 관련한 중국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자국 내 북한에 대한 여론 악화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5차 핵실험 이후 중국에선 북한의 ‘말썽쟁이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게 늘었다. 관영 신화통신이 20일 리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의 회담 소식을 보도하면서 “리 총리는 안보리가 조선(북한)의 핵실험에 진일보 대응조치를 취한 데 대해 찬성을 표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경우에 따라선 중·미의 전면적 대북 제재 협조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이 강력히 주장하는 ‘세컨더리 보이콧’(미국 내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은행에 대한 자동적 제재)으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