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컷도 무섭지만 잽이 더 무섭다.”
한 건축가는 강진으로 건축물이 무너지는 것도 문제지만 여진 충격을 반복적으로 받을 경우 스트레스를 받은 건축물도 기반이 약화돼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같이 표현했다.
21일 오전 11시53분 경북 경주에서는 또다시 규모 3.5의 여진이 발생했다. 경주시 구정동 불국사초등학교에서 수업하던 학생 300여명은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했다. 김승철(10)군은 “책상 밑으로 숨거나 운동장으로 대피하라고 배워서 먼저 책상 아래로 피했다가 지진이 끝난 뒤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경주뿐만 아니라 인접한 대구와 울산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발생한 여진은 총 412회다. 규모별로는 1.5∼3.0이 395회로 가장 많았고 3.0∼4.0 15회, 4.0∼5.0 2회 등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다른 지진 사례를 고려할 때 여진이 수개월에서 1년 넘게 지속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건축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규모 5.0∼5.9는 좁은 면적에 걸쳐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에 심한 손상을 입히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당시 경주 지역에서는 기왓장이 떨어지거나 균열이 생기기는 했지만 무너진 건축물은 없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여진으로 건축물이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건축물 구조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결국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진설계 규정을 이행해야 할 신규 또는 고층 건축물보다 지은 지 오래된 3, 4층짜리 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이 문제다. 1988년 건축법이 도입될 당시 정부는 내진설계 적용 대상을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로 규정했다. 이후 개정을 거쳐 내진설계 적용 대상은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이 됐다. 지난 20일 국토교통부는 지진이 잇따르자 2층 이상으로 적용 대상을 강화한 내용으로 내년 1월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신규 건축물과 달리 내진설계 대상에서 제외됐던 건축물들도 내진설계 강화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일부 건축가들은 내진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후주택 소유자들이 내진을 강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노후화된 주택 거주자의 경우 저소득층이 많아 내진설계를 강화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이한선 교수는 “시뮬레이션 실험을 한 결과 한국의 건축물은 규모 6.0 정도의 지진에선 버틸 수 있었다. 공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면서도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지진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취약한 구조물은 순차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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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임주언 기자, 경주=김재산 기자 y27k@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잦은 ‘잽’… 여진이 더 무섭다
입력 2016-09-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