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18시간 밤샘 조사… 김수남 총장 ‘고심’

입력 2016-09-22 00:07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는 신동빈(61)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마지막 관문으로 남겨두게 됐다. 신 회장은 20일 20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돼 18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21일 새벽 귀가했다. 신 회장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비자금 조성은 모른다” “범죄 의도가 없다”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신 회장은 160쪽가량의 조서를 열람하는 데 4시간을 썼다. 한국어 구사에 문제가 없지만 한글을 읽는 데는 서툴러 변호사가 일일이 읽어주면서 내용 확인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21일에도 김치현(61) 롯데건설 사장을 불러 비자금 용처 등을 캐물었다. 다만 신 회장 조사를 끝으로 100일 넘은 롯데 수사는 사실상 정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신 회장과 신격호(94) 총괄회장 등 범죄 혐의가 나온 총수 일가를 전원 기소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기소 범위를 정할 때는 부자 관계, 형제 관계 등을 고려하지만 이번에는 어느 한쪽이 용서받기가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 내부의 토론 이후 대검찰청과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한 데다 신 회장의 범죄 혐의도 상당부분 밝혀낸 만큼 구속영장 청구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논리다. 구속 수사를 포기할 경우 ‘미완의 수사’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도 ‘신 회장 구속에 따른 롯데그룹 경영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과잉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압박 요인이다. 이미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 등 현직 계열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은 상황이다.

신 회장의 신병처리는 결국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심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논리에 따를지, 외부 요인을 감안한 정무적 판단에 무게를 둘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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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