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자 권사 기고] “내 나이 73세… 새로운 삶을 선사한 인슐린 펌프”

입력 2016-09-26 20:29

내 나이 올해 73세, 황혼기를 넘어 노년기를 살고 있지만 내 인생 그 어느 때 보다 활기차고 의욕적으로 지내고 있다.

결혼을 하고 4남매를 키우느라 참으로 바쁘게 지내던 나는 1981년, 37세가 되었을 때 금융계 공기업에 취직을 했다. 교육파트를 맡아 일을 시작한 나는 점점 일 속에 파묻혀 과로를 하게 되었다. 교육파트라 늦게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언제나 파김치가 되었다. 1993년 어느날,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당뇨수치가 아주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바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일을 계속 힘들게 해서인지 당뇨병이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을 심하게 하면 입으로 마비가 오는 등 증세가 더 심하게 나타났다.

4남매에 신경을 써야 하고 과로가 이어지면서 몸이 더 이상 지탱이 힘들다고 판단되어 회사를 그만 둘 결심까지 하게 됐다. 때 마침 당뇨로 입원 중인 작은아버님을 찾아 뵈었는데 인슐린펌프를 내게 소개하셨다. 당뇨환자에게 부족한 인슐린을 정기적으로 주입,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시켜준다는 말에 나 역시 바로 검사를 받고 착용을 하게 되었다.

의사의 처방으로 약만 의지하던 때와 달리 몸이 힘이 나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혈당이 떨어지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가라앉기 시작하고 매사가 귀찮아지는데 이 인슐린펌프를 차고 나서는 그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된 업무 때문인지 몸이 아주 좋아진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 인슐린펌프의 진가는 1999년 정년퇴직을 하고 운동을 병행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생 함께 가야 한다는 당뇨병이 내 경우 정상인 이상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23년간 당뇨병을 가진 채 이렇게 활기차게 사는 내 경우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많은 환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증세가 악화되는데 내 경우는 인슐린 주입량이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이 호전된 것에 신앙생활이 주는 확신과 긍정적 사고도 한몫을 했고 운동도 작용을 했겠지만 그래도 내 건강을 꾸준하게 지키며 당뇨수치를 낮춰준 1등 공신은 인슐린펌프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글로리아 코럴 합창단의 임원을 맡아 국내외 여러 곳에서의 초청공연과 함께 여러 선교활동도 하며 의욕적이고 즐거운 노년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묵상 속에서 자녀와 이웃, 사회를 위해 기도한다. 아울러 이 땅의 고통받는 수백만 당뇨환자들이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기쁨과 감사 가운데 생활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최귀자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