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검증된 가장 정확한 예측 툴이 ‘인구’라는 데에는 크게 이론이 없다. “인구는 약 20년까지는 다른 어떤 기준보다 정확하게 미래를 알려준다”는 게 사회과학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정해진 미래’는 인구가 정해놓은 미래를 보여준다. 한국의 인구변동이 10년 후, 20년 후 우리 사회와 개인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저자 조영태(44)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구학 전공분야를 둔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교수로 ‘인구학적 관점’에 입각해 교육·부동산·직업·복지·산업 등 다양한 이슈들을 조명한다. 인구학을 통해 한국사회를 본격적으로 분석해낸 책이라는 점에서, 또 신뢰할만한 ‘대한민국 미래지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한국이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에 접어든 시점을 2002년으로 잡는다. “적게 낳는다 해도 1.5명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던 합계출산율이 갑자기 1.3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매년 태어나는 출산아 수는 2002년 이후 50만명을 넘어본 적이 없다.” 1990년대만 해도 한 해 70만∼80만명이 태어났다.
저자는 “아직은 저출산 세대가 청소년이어서 우리가 실감을 못하고 있을 뿐, 앞으로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순간부터 저출산의 파괴력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시점은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았다. 저출산은 모든 것을 공급과잉 상태로 만든다는 점에서 파괴적이다. 일단 대학과 학교가 문제다. “4년제 대학으로만 범위를 좁혀서 생각해도 경쟁률은 2021년에 1대 1이 된다.” 즉 10년 내로 모든 수험생이 4년제 대학에 무리 없이 입학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당연히 사교육 시장에 직격탄이 된다. 초·중·고교 시설과 교사는 상당수 잉여자원이 될 처지에 놓였다. 교사나 공무원의 ‘철밥통’ 신화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지금 최고의 직업으로 치는 의사나 변호사는 앞으로도 그럴까? 인구학적으로 보자면 “턱도 없는 말”이다. 현재 활동하는 의사와 변호사들의 주축은 40대와 50대 초반인데, 이들은 건강하고 오래 사는 데다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하므로 쉽게 은퇴하지 않을 것이다. 은퇴가 없는 노동시장에서는 신규세대가 들어갈 길이 없다.
인구가 줄면 취업은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현재의 고용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서 2022년부터 ‘청년실업 제로’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런 추정이야말로 ‘얼치기’라고 할 수 있다. 과연 현재의 고용규모가 유지될까? 인구 감소는 소비시장을 축소시킨다. 이는 생산시장 축소로 이어지며, 그 결과 일자리는 더 줄어들게 마련이다.
부동산 역시 인구를 기준으로 본다면 곧 꺼질 거품이다. 서울시 인구는 한 가구의 가족 수는 줄고, 1인가구의 증가로 가구 수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왔다. 그런데 서울시의 중대형 아파트는 2000년 이후 10년간 약 140% 증가했다. 2025년이 되면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소형 아파트는 유망하지 않을까? 아니다. 젊은이들은 구매 여력이 없고, 노인들은 거래에 나서지 않는다. “대형 아파트는 들어갈 가구 자체가 많지 않고, 소형 아파트는 살 사람이 많지 않다. 수십 년간 한국인들이 굳건히 믿어왔던 부동산 불패신화에 바야흐르 근본적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한국의 각종 정책들이 인구변동과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기준으로 정책들을 시급히 교정해야 한다면서 “작고 안정적인 한국을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또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국가투자가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되지 않을까? 저자는 “일본만큼만 되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앞서 인구변화를 겪을 때 한국 중국 대만 등 이웃국가들은 젊었고, 내수시장도 1억2000만명의 인구가 버텨줬다. 그러나 2030년 한국은 일본이 누렸던 그런 이점을 거의 가지지 못한 채 인구변화의 여파를 맞아야 한다.
글=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책과 길] ‘공급과잉의 2030년’ 어떻게 맞을 것인가
입력 2016-09-22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