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를 호소하며 활동을 중단했던 방송인 정형돈(38)이 10개월여 만에 복귀했다. MC뿐 아니라 가수와 시나리오 작가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의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MBC ‘무한도전’으로는 끝내 돌아가지 않았다.
정형돈은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녹화에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활동중단 선언 이후 처음 나선 공식석상이었다.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건강상태가 호전됐다. 약도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복귀 프로그램으로 ‘주간아이돌’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내가 잘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었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무한도전’ 컴백을 기다린 팬들에게는 “죄송하다”고 했다. 정형돈은 “내 그릇이 작다보니까 이렇게 됐다”며 “곁에서 지켜보며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녹화는 본격적인 활동 재개의 신호탄이다. 방송 진행에 국한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신곡을 발매하고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 한동안 두문불출했던 그로서는 적잖이 이색적인 행보다.
래퍼 데프콘과 함께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팀을 결성한 정형돈은 22일 0시 새 디지털 싱글 앨범 ‘결정’을 내놓았다. 두 사람이 오랜 기간 함께 준비한 곡이다. 작사는 정형돈, 작곡은 데프콘이 맡았다. 가수 아이유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가요 프로그램 출연 계획은 아직 없다.
시나리오 작가 데뷔도 앞두고 있다. 코믹 판타지 장르의 한중 합작 웹영화 극본을 쓰게 됐다. 신현준이 대표로 있는 에이치제이필름과 중국의 뉴파워필름(대표 류텐)이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공동 제작한다. 크랭크인은 내년 상반기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을 의아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무한도전’의 ‘도니’를 기다린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서운한 소식이었다. 급기야 “무한도전만 빼고 다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정형돈은 ‘무한도전’ 하차를 발표하면서 남다른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무한도전 특유의 긴장감과 중압감을 안고 방송을 하기에는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다시 커질 지도 모를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팬들은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정형돈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묵묵히 응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무한도전-2016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 두 번째 편이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당시 카메오로 등장한 정형돈은 “다 같이 웃으면서 꼭 다시 만나자”는 대사를 직접 소화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돌아온 정형돈 “무한도전 복귀 못해 죄송”
입력 2016-09-22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