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으로 끝난 ‘나쁜 손버릇’… 말기암 절도 23범 검거 직전 7층서 투신

입력 2016-09-21 17:53 수정 2016-09-21 21:37

전과 23범의 직장암 환자인 이모(67)씨는 충북 충주지역에서 나름 알려진 소매치기였다. 전통시장이나 축제장 등 인파가 몰리는 곳을 돌며 금품을 훔쳐 경찰서를 자주 들락거렸다. 충주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남매를 둔 이씨는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33㎡의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했다. 최근에는 직장암 말기 판정까지 받았다. 이미 손을 쓰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시한부 인생에도 그의 ‘나쁜 버릇’은 여전했다.

이씨는 충주지역에서 얼굴이 알려지면서 범행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다른 지역으로 ‘원정’까지 갔다. 그는 이달 초에도 경북 문경으로 옮겨 공범과 함께 소매치기를 하다 범행이 들통 나 결국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문경경찰서 소속 형사 3명이 이씨의 충주시 모 아파트에 들이닥친 것은 20일 오후였다. 이씨는 경찰관들에게 “암 환자라서 약을 챙겨야 한다. 잡히면 집을 비우게 되니 옷을 챙기고 집 안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앞으로 석 달밖에 못 살 텐데 지금 들어가면 어떡하느냐. 사흘만 시간을 주면 공범을 자수시키겠다”는 말까지 했다.

경찰은 이씨가 환자이고 고령인 점을 감안해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 이씨는 아파트 옆동에 사는 지인을 불러 집 열쇠를 주고 베란다 선반에 있는 짐을 정리했다. 베란다 끝에서 짐을 정리하던 이씨는 플라스틱 의자에 올라 갑자기 7층 창문을 통해 밖으로 몸을 던졌다. 이씨가 투신하던 순간 경찰관은 베란다와 거실, 현관에 한 명씩 있었다. 이씨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그의 ‘나쁜 손버릇’이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