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추가 통화 완화… 장기 국채 금리 ‘0%’ 목표

입력 2016-09-22 04:01

일본은행(BOJ)이 21일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를 0% 근처에서 유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초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시작으로 돈을 풀어 엔화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깜짝 놀랄 내용이 없었던 만큼 22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깜짝쇼는 아니지만 통화완화 의지

BOJ는 이날 금융정책회의를 마친 뒤 국채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제어하는 금리목표제를 새롭게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본원통화 공급액(연간 80조엔)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펴 왔는데 이를 위한 정책목표를 통화량에서 금리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로 채권 장기 금리가 떨어지면서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이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장·단기 금리차로 은행 수익이 창출되는데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면서 시중은행 수익성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이번 조치는 중앙은행이 장·단기 채권 금리차를 직접 제어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돈을 풀어도 효과가 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책 목표를 통화량에서 금리로 변경했다는 점에서 BOJ의 통화완화 의지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BOJ는 또 기존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연간 본원통화공급 목표액도 80조엔으로 현행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안정적으로 넘을 때까지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키로 했다. 기존에는 2%를 목표치로 제시했었다. BOJ의 추가 완화책 결정이 전해지자 엔화 가치는 하락(엔·달러 환율 상승)했고 일본 증시는 상승했다.

미 FOMC 향방 주목

일본과 미국 중앙은행의 이벤트가 겹쳤지만 일본의 이날 양적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 미 금리인상에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교보증권 김형렬 매크로팀장은 “FOMC가 BOJ의 결정에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면서 “두 이벤트를 별개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외환 당국 관계자 역시 “일본과 미국은 양적완화를 추진하면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면서 “이번 BOJ 결정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한 만큼 기존 전망(12월 미 금리 인상)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달 미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번보다는 12월 인상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번 FOMC에서 향후 금리 인상 시점을 가늠할 힌트가 어떻게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화가치 역시 반짝 하락하겠지만 엔고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번 4분기에도 달러당 100엔 선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