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백조, 한반도 착륙

입력 2016-09-21 18:35 수정 2016-09-21 21:03
미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1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에서 전개된 이 폭격기는 당분간 한반도에 머물 계획이다. 뉴시스

미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가 21일 한반도에 재출격해 대북 무력시위를 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4일 만인 지난 13일 한반도에 전개됐던 B-1B 랜서가 8일 만에 한반도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군사분계선(MDL) 인접 상공을 비행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에게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전했다. 또 지난번과 달리 B-1B 1대가 오산 미 공군기지에 머물며 즉각적인 출격준비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 13일에는 B-1B 2대가 수십분간 한반도 상공을 선회하다 돌아가 전시성 무력시위라는 비판이 있었다.

B-1B 2대는 이날 오전 태평양상 미군기지인 괌 앤더슨 기지를 출발해 오후 1시10분쯤 오산기지 상공에 도착했다. B-1B 2대는 미사일과 유도폭탄으로 무장하고 MDL에서 30㎞ 떨어진 경기도 포천 주한미군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훈련장) 상공을 거쳐 오산기지로 비행했다. 군 관계자는 “미 전략폭격기가 DMZ 가까운 상공으로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북한 방공망에 비상이 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B-1B 1대는 오산기지에 착륙했고, 다른 1대는 저공비행 후 괌으로 돌아갔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초음속 폭격기인 B-1B는 최대 속도가 마하 2로 전략폭격기 가운데 가장 빠르다. B-1B는 당초 핵폭탄을 탑재하도록 설계돼 있었으나 2011년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핵폭탄을 제거했다. 하지만 합동직격탄(JDAM)을 포함한 위력적인 재래식 폭탄을 대거 장착해 적지에 융단폭격이 가능하다. 스텔스 성능을 갖춰 유사시 북한 지도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미군은 전략무기의 한반도 출격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 7공군 사령관 토머스 버거슨 중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보여준 것(B-1B 비행)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군·해병대 신속기동부대는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해 서북도서에서 신속기동부대 증원훈련을 실시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