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테러범, 수첩에 ‘빈라덴 칭송’ 메모

입력 2016-09-21 17:48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폭탄을 터트린 혐의로 체포된 아흐마드 칸 라하미가 운영하는 뉴저지 엘리자베스 지역 치킨 음식점 앞에 20일(현지시간) 취재진과 수사당국 관계자들이 서있다. AP뉴시스

미국 뉴욕 맨해튼 테러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아흐마드 칸 라하미(28)의 수첩에 최근 미국에 테러를 벌인 단체와 범인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WSJ에 “라하미가 체포 당시 가지고 있던 수첩에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인 미국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고 밝혔다. 2011년 예멘에서 미군의 드론 폭격으로 사망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핵심 인물 안와르 알아울라키, 보스턴마라톤 테러범 차르나예프 형제, 포드후드 미군기지 총기난사범 니달 하산의 이름도 있었다. 범행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듯 “알라신이 아름다운 지혜를 주길 기도한다”고도 적혀있었다.

라하미가 체포되면서 다리에 총상을 입는 바람에 수첩은 피에 젖었지만 판독 결과 이 같은 글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라하미가 무슬림이 아닌 사람을 공격하라고 촉구한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첩에 ‘불신자 살해(killing the kuffar)’라는 메모와 알카에다 창시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칭송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2년 전 라하미의 테러 가능성을 조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을 다녀온 2014년 남자 형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아버지 모하마드 라하미는 당시 수사관에게 “아들이 테러와 관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라하미는 NYT에 “수사관이 2개월 정도 체크하더니 ‘아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FBI는 “당시 내부 데이터베이스와 다른 정부기관의 자료를 조사했지만 테러와의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라하미의 아버지도 홧김에 한 말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라하미는 지난 17일 뉴욕 맨해튼 첼시 지역에 폭탄을 터뜨려 29명을 다치게 하고 뉴저지주 시사이드파크와 엘리자베스 기차역 등 5곳에 폭발물을 설치한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