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에 조기 퇴직한 중·장년층이나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린 청년들이 마지막으로 매달리는 게 자영업이다. 그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창업은 본사의 영업 노하우 지원 등으로 준비 기간과 투자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 인기가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일 발표한 ‘프랜차이즈 필수 구입물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올 상반기 잇따른 분쟁과 정부의 개선 다짐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甲)질’ 횡포가 줄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서울시가 서울에 30곳 이상의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 업소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개 프랜차이즈 업체 중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공산품·일회용품을 필수 구입물품으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가맹점 점주들은 눈물을 머금고 업체에서 공급하는 물품을 사서 써야 했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맛이나 서비스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원·부자재를 본사에서 일괄 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회용 젓가락과 물티슈 등을 시중 가격보다 30% 이상 비싼 값에 가맹점들이 사용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의 강매 행위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급 물품을 시중에서 구입할 경우 업소당 구매비용 절감액이 월 평균 110만4000원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로 인해 가맹점이 가져가야 할 이윤의 상당액이 본사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원·부자재 구입 강요는 빙산의 일각이다. 가장 흔한 불공정거래 행위는 ‘광고·판촉·할인 비용 전가’로 업소의 61.4%가 이런 일을 겪었다고 답했다. 교묘한 불공정 행위도 적지 않다. 가맹점 점주들은 수년간 동일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도록 하면서 가맹점에 판매하는 물품과 물류비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올려 가맹점이 결국 부담을 떠안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가맹사업법(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프랜차이즈 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줄일 수 있는 조항을 대폭 삽입했다. 하지만 올 들어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 간 분쟁은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이는 가맹사업법이 심각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거나 공정위가 법 규정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7%에 달한다. 중장기적으로 이 비정상적인 비율을 낮추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중산층 붕괴를 막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공정한 프랜차이즈 관행 확보가 필수적이다. 우선 프랜차이즈 업체가 자사의 현황과 가맹계약 조건 등을 보다 상세히 올리는 등 정보 공개를 확대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업체가 정보 공개서를 등록하기 전 사실 여부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하며 위반할 경우 과징금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사설] 서민 고혈 짜는 ‘프랜차이즈 갑질’ 이대로 둘 건가
입력 2016-09-21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