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음하는 제주, 지속가능한 관광 모색하라

입력 2016-09-21 18:52
관광은 양날의 검(劍)과 같다. 관광객은 찾아와 돈을 쓰고 가기에 경제적 이득이 되지만, 그들의 발길은 환경과 주민의 삶에 큰 부담을 준다. 관광객이 너무 적으면 지역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고 너무 많으면 관광지로서 매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경제와 환경과 생활이 함께 유지될 수 있는 적정선. 장기적 안목의 관광정책은 이것을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 균형이 깨질 때 관광지는 신음하며, 지금 제주도가 증상을 보이고 있다. 밀려드는 관광객을 감당하기 어려워 토해내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1991년 연간 300만명이던 제주도 관광객은 지난해 1200만명을 넘어섰다. 그 경제적 효과에 인구도 지난 5년간 해마다 1만명씩 늘었다. 제주도는 땅값 상승률이 전국 최고일 만큼 호황이다. 동시에 쓰레기, 오염, 교통난, 범죄가 급증했다. 매립지와 소각장은 쓰레기 처리 용량을 초과해 하루 150t씩 육지로 반출해 버린다. 하수처리 시설도 부하가 늘어 악취가 심해졌고 주변 펜션과 식당은 폐업할 지경이 됐다. 서울을 능가하는 제주시 교통체증은 삶의 질과 관광 편의를 함께 깎아내린다. 도둑과 대문이 없다는 섬에서 끔찍한 살인을 비롯해 범죄율이 치솟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관광과 환경, 관광과 생활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앞 다퉈 추진 중인 리조트, 호텔 등 각종 건설 계획부터 신중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무작정 시설을 늘릴 게 아니다. 난개발의 모습은 호젓했던 여러 해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수용 능력의 상한선을 두거나 적어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 역시 재검토할 때가 됐다. 범죄 문제를 떠나 관광객 적정선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생각해볼 일이다. 관광객에게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특별자치도의 현명한 규제를 기대한다. 관광자원은 미래세대의 것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관광의 구현은 우리 세대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