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호주 법원, 소년범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보고 배워라”

입력 2016-09-21 17:47

호주 서부의 퍼스 법원이 20일(현지시간) 아시아계 학생의 돈을 빼앗고 때린 13세 소년에게 영화 ‘그랜 토리노’(사진)를 시청하고 잘못을 뉘우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호주 언론 더웨스트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이 소년은 지난 2월 손리 기차역에서 아시아계 학생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 도망가려는 학생을 붙잡아 넘어뜨리고 가방 안에 있던 노트북과 20호주달러, 열쇠, 도시락을 빼앗았다.

퍼스 법원 스티븐 보스 판사는 이 소년에게 영화시청과 심리상담이 포함된 6개월 과정의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는 “최근 아시아계 피해자가 많다”며 “노골적인 인종 차별이거나 관광객을 노린 범죄”라고 지적했다.

보스 판사는 “전 세계적으로 인종 차별이 골칫거리”라고 일갈했다. 그는 영화 그랜 토리노를 두고 “모두 봐야 한다”며 “훌륭한 영화”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영화를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주서부변호사협회 엘리자베스 니덤 회장은 판결을 접하고 환영했다. 그는 “청소년은 쉽게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색다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소년을 기소한 매슈 월턴 검사도 “범죄 행위는 우려할 만하지만 나이를 고려할 때 적합한 판결이었다”고 동의했다.

그랜 토리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제작·주연을 맡아 여러 인종이 함께 사는 다문화사회를 그린 2008년 미국 영화다. 과거 한국전에 참전한 노인이 라오스 출신 어린 남매를 만나 우정을 쌓으면서 인종 차별적 사고를 극복하는 내용이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