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인전 ‘내 곁의 사람들’ 연 김봉희 사모 이야기

입력 2016-09-22 20:49
김봉희 사모의 개인전 ‘내 곁의 사람들’에 걸린 작품들. 왼쪽부터 호러스 언더우드의 초상화 ‘언더우드’, 하품하며 기도하는 손자의 모습이 담긴 ‘아침기도’, 서울 연동교회 한 성도의 모습을 그린 ‘손모아 기도’. 동성갤러리 제공
첫 개인전을 개최한 화가 김봉희 사모가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자신이 그린 예수님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자식들이 제 그림을 정말 아껴요. 자신들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도 저한테 달라는 말을 못해요. 얼마나 힘들게 그린 작품인지 아는 거죠. 그림이 팔리길 원치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웃음).”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난 김봉희(68) 사모는 자식들 얘기가 나오자 환한 미소부터 지었다. 김 사모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부총회장이자 서울 연동교회 담임인 이성희(68) 목사의 아내다. 그는 지난 18일부터 개인전 ‘내 곁의 사람들’을 열고 있다. ‘내 곁의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가족과 교회 성도들 모습을 캔버스에 옮긴 전시회다. 작품 상당수는 딸(42) 아들(38), 남편과 손자들 모습을 담고 있다.

전시회는 김 사모의 첫 개인전이다. 그는 “내로라하는 작가들 작품이 내걸리는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을 열게 됐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사모, 붓을 잡다=서울 출신인 김 사모는 서울 장로회신학대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했다. 어린시절부터 그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소질도 있었다. 하지만 화가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김 사모는 “부모님도 딸이 화가가 되는 걸 원치 않으셨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모로 살면서도 취미 삼아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90년대 후반에는 홍익대 미술교육원에 들어가 2년간 미술 강좌를 들었다. 2003년에는 홍익대에서 함께 미술 공부를 한 사람들과 그룹전을 열었다. 김 사모의 이름은 서서히 알려졌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프랑스 4대 미술전 중 하나인 ‘르 살롱(Le Salon)’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저는 눈앞의 문제에만 몰두하는 사람이에요. 오늘 저녁 식사를 무엇으로 할까, 교회 행사가 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런 데만 집중하며 살았죠. 그러다 목사님이 4∼5년 전부터 총회에 관여하면서 바빠지셨는데, 저한테 처음으로 여유가 생기더군요. 교회 일과 다르게 총회 일에는 사모가 관여할 게 없잖아요?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그림 작업에 매진한 것 같아요.”

김 사모는 3년 전 작업실도 마련했다. 작업실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성경 묵상. 말씀을 읽은 뒤에는 주님께 기도를 드리고 찬송가를 틀어놓은 뒤 붓을 잡는다. “오전 10시쯤 작업실에 도착해 오래 있을 때는 밤 10시까지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정말 행복해요.”

◇하나님과 함께 그린 그림=오는 25일까지 열릴 전시회에 내걸린 그림은 총 74점이다. 작품 중에는 예수님이나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도산 안창호(1878∼1938) 등을 그린 그림도 있었다. 김 사모는 “하나님과 같이 완성한 그림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림 그리다가 잠깐 붓을 내려놓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그림을 바라볼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내가 그리지 않은 것 같은 부분, 캔버스에 하나님의 손길이 스친 듯한 흔적을 느끼곤 합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이 제 손에 잠시 머물다 가셨던 거죠.”

전시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김 사모는 “관객들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장했다가 미소 짓는 얼굴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손자 녀석이 하품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있어요.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릴 때 저도 계속 하품이 나더군요(웃음). 그림이라는 게 보는 사람한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감했죠. 앞으로도 주님과 동행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겁니다.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그림을 많이 선보이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