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전인미답의 길 간다

입력 2016-09-22 00:02
전인지가 지난 18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 레뱅 에비앙리조트골프클럽에서 열린 이번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메이저 대회에 유난히 강한 전인지는 프로 무대에서 거둔 13승 가운데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2승, 한국에서 3승 등 7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뒀다. LPGA 제공

남녀 프로 메이저대회 역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우고 금의환향한 ‘메이저 퀸’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갈 기세다. 바로 2년 연속 한·미·일 메이저대회 석권이다.

전인지는 지난 18일(한국시간) 프랑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21언더파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투어 데뷔 시즌 첫 승이자 통산 2승째를 따냈다. 특히 LPGA 투어뿐 아니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나오지 않은 메이저대회 72홀 최소타라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통해 전인지는 새 기록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 바로 한·미·일 메이저대회 2년 연속 석권이다. 지난해 LPGA 투어 US여자오픈, JLPGA 투어 살롱파스컵과 일본여자오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미·일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며 ‘메이저 퀸’이 됐다.

전인지는 20일 귀국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일본으로 출국해 29일부터 열리는 일본 내셔널 타이틀 대회이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오픈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지난해 4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했다.

일본여자오픈이 끝나면 그 다음 주인 10월 6일 곧바로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나선다.

전인지에게는 두 대회가 아주 편하다.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도 전인지가 ‘디펜딩 챔피언’이다. 여기에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LPGA 투어 메이저대회를 차지하면서 한창 기세가 오른 상태다.

전인지의 2년 연속 한·미·일 메이저대회 석권은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답게 메이저대회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해 기록한 한·미·일 투어 통산 13승 가운데 메이저대회 우승이 절반이 넘는 7개나 된다. 에비앙 챔피언십을 포함해 해외 투어에서 거둔 4승 모두 메이저대회다.

기술적으로는 유별난 강점이 없지만 약점도 없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박성현(23·넵스)처럼 압도적인 장타력을 지닌 것을 아니고 아이언샷이나 퍼팅도 아주 뛰어나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KLPGA 투어를 휩쓸 때 전인지는 장타 부문 10위, 아이언샷 정확도 4위, 평균 퍼팅 10위였지만 평균타수는 1위였다. LPGA 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장타 부문 66위, 아이언샷 정확도 18위에 평균 퍼팅은 4위다. 그런데 평균타수는 리디아 고(19·뉴질랜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장타가 폭발적이진 않지만 파4홀에서 드라이브를 잡으면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 멀리 보낸다. 아이언샷이나 퍼팅 역시 마찬가지다. 쇼트게임과 벙커샷에서도 실수가 별로 없다. 실수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코스 매니지먼트도 빼어나다. 못 다루는 클럽도 없다. 메이저대회는 일반 대회에 비해 함정이 많기 때문에 전인지와 같은 팔방미인에게 유리하다. 전인지도 “메이저대회의 까다로운 코스가 좋다. 코스 매니지먼트를 필요로 하는 게 매력적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강한 정신력도 메이저대회에선 잘 통한다. 전인지는 “메이저대회가 주는 압박감이 오히려 즐겁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다. 스스로를 ‘꽃봉우리’로 표현하며 “아직 내 인생의 꽃은 피지 않았다”고 했다. 전인지는 2년 연속 한·미·일 메이저대회 석권에 이어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