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이프發 축구혁명 유럽 3대 리그 휩쓴다

입력 2016-09-21 18:52

“결과 없는 내용은 의미가 없다. 내용 없는 결과는 지루하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그라운드의 혁명가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가 남긴 명언이다. 그의 축구 철학을 일컫는 ‘크루이피즘’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 바로 수제자인 호셉 과르디올라(45·스페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2008년 7월∼2012년 6월)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2013년 7월∼2016년 6월)에서 우승컵을 19개나 수집하며 젊은 나이에 명장 반열에 올랐다. 지난 7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사령탑에 오른 과르디올라는 공·수에 걸쳐 완벽한 결과와 내용을 만들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마저 정복할 태세다.

맨시티는 21일(한국시간)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5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15득점(1위), 4실점(3위)로 골 득실차는 +11이다. 이번 시즌 전 경기에서 볼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한 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시티가 유일하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개막 이후 치른 8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 시절 만들어 낸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가 맨시티에 빠르게 안착된 결과다. 골잡이 세르히오 아게로가 팔꿈치를 사용해 상대를 가격해 3경기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당하고, 측면 공격수 다비드 실바도 컨디션 난조로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맨시티는 티키타카로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는 크루이프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다. 크루이프는 바르셀로나 사령탑 시절 ‘토털풋볼’을 바탕으로 짧고 빠른 패스를 통해 경기를 장악하는 공격 축구를 추구했다. 과르디올라는 2001년 발간한 자서전을 통해 “나는 혁신가가 아니다. (크루이프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람일 뿐”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크루이프는 현대축구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를 따르는 지도자들이 그의 축구 철학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미어리그 전체가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에 놀라고 있지만, 정작 그는 티키타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티키타카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짧은 패스로 튀니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본 해설가 하비에르 클레멘테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과르디올라는 “티키타카는 공격 의도 없이 그저 패스를 위해 패스하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일 뿐이다. 나는 선수들이 그런 헛수고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많은 감독들이 과르디올라의 전술을 따라하지만 볼 소유에만 그치고 있다. 과르디올라는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짧고 빠른 패스를 통해 상대 페널티지역에 접근하는 게 그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는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훈련에서 수비 조직력 향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공격을 많이 하고 싶다면 수비가 탄탄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맨시티가 지금의 기세를 시즌 말까지 이어간다면 전 대회 우승도 가능하다는 예상도 흘러나오고 있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19일 본머스를 4대 0으로 꺾은 뒤 이번 시즌 4관왕이 가능하냐는 현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체 무슨 소리냐”고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지 분위기는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선수들이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스쿼드도 균형이 잡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티키타카까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무적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