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민주·평화·통일 운동에 평생을 바친 천주교 광주대교구 조철현(세례명 비오) 신부가 21일 새벽 3시20분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1938년 4월 광주 광산구에서 태어난 조 신부는 1962년 가톨릭대학 1기생으로 입학해 1969년 12월 사제 서품을 받았다. 광주살레시오여고 지도신부 등으로 사제의 길을 걷던 그는 5·18 당시 광주의 참상을 겪으면서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시민수습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신군부에 의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핵심 동조자로 체포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옥고를 함께 치렀다. 조 신부가 계엄군과 시민군의 총격전을 막기 위해 당시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계엄군 지휘부를 찾아가고 시민군의 총기 회수에 나섰던 일화는 유명하다. 성직자로서 총칼이 살의를 내뿜는 ‘죽음의 사선’을 무수히 넘나들었던 것이다. 그는 1988년 5·18 진상규명을 위해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는 “신부인 나도 손에 총이 있으면 쏘고 싶었다”며 시민들을 향해 헬기 기총소사까지 했던 신군부의 만행을 증언하기도 했다.
조 신부는 이후 5·18기념재단 초대이사장, 조선대 이사장, 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 등을 역임하면서 광주지역 시민사회 운동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2006년 8월 38년간의 사목생활을 마친 뒤에는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 이사장, 광주·전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로서 사회복지와 통일·민족화합 운동에 헌신해 왔다.
2008년 1월에는 국내에서 28번째로 고위 성직자 품위이자 교황의 명예 사제인 ‘몬 시뇰’에 서임됐다. 지난 7월 광주시가 개최한 지역 원로회의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온 조 신부는 갑작스러운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그동안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장례식은 23일 오전 10시 광주 임동성당에서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회장으로 거행된다. 장례미사는 김희중 대주교가 집전한다. 장지는 전남 담양 천주교 공원묘원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천주교 광주대교구 조비오 신부 별세… 5·18 계기 민주화·평화운동 헌신
입력 2016-09-21 18:54 수정 2016-09-21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