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7시44분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기상청에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그러나 이는 전진에 불과했고, 충격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인 오후 8시32분쯤 규모 5.8의 더욱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이후 4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잇따랐으며, 여진의 강도와 횟수가 줄어드는가 하던 차에 19일 오후 8시33분에는 규모 4.5의 비교적 큰 여진이 발생했다. 여진이라고는 하지만 앞서 강한 지진에 놀랐던 주민들은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번 지진은 영덕에서 부산까지 분포되어 있는 대표적 단층인 양산단층이 수평이동하며 발생했다. 현재까지 23명의 부상자를 비롯해 경주 지역의 문화재와 지붕, 담장 등이 파손되고,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6000여건의 많은 재산 피해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는 일명 ‘불의 고리’라고 불리며, 전 세계 지진의 90%가 발생하는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벗어나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이나 대만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지진에 안전하다는 생각이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불의 고리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중국 허베이성 탕산(唐山)에서 1976년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나 24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기록이 있다. 이는 판의 경계뿐 아니라 판 내부에서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언제든지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지만, 큰 지진이 없었다는 이유로 국가적인 대응준비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지진을 통해 지진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진은 현대과학으로도 예측이 불가능한 분야이다. 더욱이 한반도는 최근에 큰 지진이 없었던 터라 지진의 발생주기나 지역 등 시공간적 특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진피해 경감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진 발생 시 신속하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개발하여 2015년 1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지진조기경보서비스의 원리는 속도는 빠르지만 피해가 거의 없는 P파를 먼저 관측하여 실제로 피해를 주는 S파가 도착하기 전에 지진의 규모와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규모와 진앙 등 관련 정보를 50초 이내에(경주지진의 경우 26∼27초 만에 발령) 알려주고 있으며, 그 시간을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앞당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진은 발생 후 수십 초에서 1분 이내에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보발령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의 지진경보가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앞당겨진다면 지진 피해 발생 전에 지진경보를 수신할 수 있게 되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번 지진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기상청 지진조기경보가 발표되면 관련 정부 부처 및 KTX, 고속버스와 같은 교통 분야, 반도체나 정밀산업 등 사회 기반산업 분야 전체가 협력하여 상호 간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진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경보가 빠른 시간 내에 진앙으로부터 가까운 지역 주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정부에서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조기경보 및 전달체계를 재점검하고, 획기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윤화 기상청장
[시사풍향계-고윤화] 경주 지진, 반면교사로 삼자
입력 2016-09-21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