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사의 고백] “선생님… 아침·저녁엔 얼굴 보여주세요”

입력 2016-09-25 19:22
강원도의 모 고교에서 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는 오전 조회시간과 오후 종례시간이 정해져 있는데요. 최근 적지 않은 담임선생님들이 이 시간들을 너무 소홀히 여기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수업이나 업무 등으로 인해 담당하는 학생들을 마주하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 이럴 때일수록 조회·종례시간은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학급실장이 대신 내용을 전달하고 교과 교사가 지각체크를 하는 상황이 이대로 고착화될까봐 우려스럽습니다. 교장 및 교감 선생님들조차 이러한 사례를 인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임의 재량으로 판단해 따로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거죠. 어떤 선생님께서는 “사고만 일어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라고 말씀하시는데요. 그러면서 성적이나 학교생활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은 결국 학생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사로서 기본적인 도리는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학생들이 잘 알아요. 어쩌면 이런 일들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교권을 깎아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제쳐두고 스펙이 출중한 일부 학부모들을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선생님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 구성원이 합리(合理), 즉 합당한 공통의 이치를 찾기 위해 토론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선생의 진정성을 학생에게 더 많이, 더 잘 전달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