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사 고충… 준비할것 너무 많아, 업무에 짓눌려

입력 2016-09-25 19:23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진로전담교사로 일해 온 김승환(가명)씨는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전공까지 포기하고 진로교사의 뜻을 품었지만 일반교사에 비해 수업량이 적다보니 떠안게 되는 일들이 줄을 잇고, 분위기를 봐가며 동료 교사에게 협조를 구해야 할 일들도 태산이다. 김씨는 “최근 빠지는 머리카락이 크게 늘어 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자유학기제 시행과 맞물려 일선 중·고교에서 진로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교사들의 업무량이 한계치를 넘어섰다. 홀로 전 학년 학생들의 진로활동을 이끄는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 압박을 못 견뎌 명예퇴직까지 고려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진로전담교사는 진로교육 전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학생에 따라 맞춤형 지도를 펼쳐야 한다. 선택과목인 ‘진로와직업’ 수업은 주당 10시간으로 일반 교과보다 7시간가량 적지만 진로상담, 진로탐색 기획·전개, 학부모 컨설팅, 진로 네트워크 관리 등의 업무 등을 소화해야 한다.

2011년 전담교사제 도입 시기에 맞춰 진로교사로 일을 시작한 서울의 D중학교 교사는 “당장 자유학기제만 해도 체험처 섭외, 인원 배정·인솔, 학생 후기 검토, 생활기록부 작성 등으로 진땀이 난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들은 진로·체험 특성상 준비시간이 많이 소요돼 업무가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과목을 칸막이 치듯 가르는 동료 교사들의 개인주의적 성향도 고충을 더한다. 진로교육은 각 교과 연계가 필수적인데, 일부 교사들은 ‘남의 일’이나 ‘추가 업무’로 치부해 협조를 꺼린다. 그나마 교장 등 관리자가 이처럼 불편한 상황을 파악해 조율하는 경우는 좀 나은 편이다. 진학에만 열을 올리는 학교에서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기도 한다.

진로교사가 자유롭게 역량을 발휘해 창의적 프로그램을 고민해볼 수 있는 여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의 E중학교 진로전담교사는 “본래 전공으로 전환 요청을 하면 회유나 절차가 만만치 않다”며 “600시간 연수비용으로 투자한 것에 대한 규정도 있을 텐데 상황에 따라 이것저것 질려버리면 명예퇴직을 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진로교육법에 따르면 진로교사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현재 교육부는 퇴직 교사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인력 양성을 고려하고 있다.

김성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