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앨버트 래스커 의학상을 수상한 외과의사 폴 브랜드와 세계적인 기독교 저술가 필립 얀시의 공동 저작. 의사 생활 50년 중 20년가량을 인도에서 의료선교사로 지낸 브랜드의 영적 통찰을 얀시가 때론 수려하게, 때론 날렵하게 담아내고 있다. 형상, 피, 머리, 영, 고통이라는 다섯 가지 프리즘으로 장엄한 인체의 문을 열고 우리 몸을 영적으로 해부한 역작이다.
‘창조주가 지으신 첫 사람은 바로 주님의 형상을 받았으며 우리 역시 다소 굴절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숨 막히도록 불가사의한 그분의 이미지를 소유하고 있다.’ 브랜드는 인도에서 한센환자를 주로 돌봤다. 그는 그 환자들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선하심을 발견했다.
세밀한 묘사는 여러 가지 의학적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9만7000㎞에 육박하는 혈관들, 신체를 구성하는 100조 개의 세포를 먹여 살리는 5∼6ℓ의 피, 외부 침투의 조짐이 보일 때 즉각적으로 화학적 경계경보가 발령되고…수많은 기관들의 역할과 기능을 알게 되면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몸은 연결돼 있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호흡한다.
우리는 이 몸의 한 세포다. ‘나는 내가 한 조각 세포가 되었다고 상상해보길 좋아한다.… 오로지 하나님의 영에 이끌려 움직일 수 있는 대단찮은 구성원임을 깨달았다.’ 서로 작은 세포로 연결돼 있다는 것은 고통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성경은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고전 12:26)’라고 했다.
한센환자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브랜드의 환자인 사단은 밤사이 쥐가 그의 손을 갉아먹었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해 자신의 손을 잃어야 했다. 고통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사단에게는 그 신호체계가 없었던 것이다. 고통은 신비롭다. 이 고통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만나고,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 책 전체가 몸과 영에 대한 탁월한 유비로 보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환자들의 얼굴에서 하나님 사랑 보았다
입력 2016-09-21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