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전체 계열사가 국내 은행들로부터 빌린 자금에 대해 금융 당국이 전격 점검에 나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시중은행들에 “한진그룹 계열사의 여신 현황을 파악해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의 은행권 여신은 약 8조원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이 3조5000억원, 대한항공이 4조원 정도다. 금감원이 한진그룹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서면 한진그룹의 채무 연장 등이 불투명해지면서 자금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600억원 자금 지원이 지연되자 정부가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무책임’ ‘도덕적 해이’ 등의 표현을 쓰며 한진그룹의 책임을 추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은행권 리스크 점검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은 앞서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 해결을 위해 자금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미국 롱비치 터미널을 담보로 지원하는 방안은 다른 해외 담보권자의 전원 동의를 받아내야 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
법원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앞으로 받을 운송비를 담보로 대한항공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이사회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배임 논란에 휘말릴 경우 대한항공 소액주주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9일 오후 12시 기준 운항에 차질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모두 56척으로 집계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당국, 한진계열사 대출 전격 점검
입력 2016-09-20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