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예산’ 두배 늘렸지만… 대지진 땐 턱없이 부족

입력 2016-09-21 00:03

정부가 내진설계 대상을 확대하고 경북 경주시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지진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정부에 재정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12일 지진으로 100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75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는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행정상·재정상·금융상·의료상의 특별지원을 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연말까지 추경예산을 집행하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분야에 집중돼 있고 지진 대책 관련 예산은 없다. 추경안은 지난 6월 골격이 짜였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국민안전처에 재해대책비 250억원이 있는 데다 예비비 1조3000억원이 있기 때문에 지진 피해 지역을 지원하는 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기재부와 안전처는 내년엔 지진예산을 더 많이 책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지난달 내놓은 2017년 예산안에서 지진 관련 예산은 올해(1039억원)의 두 배 수준인 2077억원이다. 이 중 공공시설 내진보강 예산은 1802억원으로 올해(824억원)보다 118.6% 증가했다. 안전처도 연구개발, 시스템 보강 등 지진 관련 재원으로 올해 10억원이던 것을 내년 55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경주 지진과 같은 대규모 지진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일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서 안전처가 공공시설 내진 보강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1∼2015년 1단계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세웠을 당시 11개 부처와 17개 시·도의 관련 예산은 총 3조251억원이었지만, 실제 추진 실적은 목표 대비 17.5%인 5319억원(2015년 10월 말 기준)에 그쳤다. 2단계 기본계획(2016∼2020년)의 총 예산은 1조7300억원이다. 1단계 계획을 추진한 뒤 보강 대상이 줄어 예산도 감소했다는 게 안전처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건축법령 개정으로 내진설계에 들어갈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내진설계 의무 대상을 2층 이상 건축물까지 확대하고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건폐율·용적률 완화 혜택을 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건축법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1단계 추진실적이 미미한 상황에서 2단계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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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