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9’ 이어 ‘10·10’ 도발?

입력 2016-09-21 00:02
북한이 20일 신형 로켓 엔진 분출시험에 성공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굴하지 않겠다는 ‘기싸움’을 이어갔다.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한·미·일 3국이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공언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유엔총회 기간에 맞춰 핵무력 기술 축적을 과시하며 근시일 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추가 도발을 사실상 예고한 것이다.

이번 시험으로 북한은 자신들의 핵·미사일 고도화 로드맵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정권 수립일인 9·9절에 5차 핵실험을 한데 이어 또 하나의 국경일인 노동당 창건 기념일(10·10절)에 ICBM 발사를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월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 발사 역시 국가기념일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전후해 이뤄졌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이번 엔진시험에 성공했다면 가까운 시일 내 ICBM을 추가 발사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핵실험과 달리 기상 조건이 발사 성패에 중요한 요건으로 작용하는 장거리 로켓의 특성상 10·10절 전후로 한정짓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 핵과 그 운반수단인 ICBM 개발이 미 대륙 본토 타격능력 제고를 통한 미국과의 협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고려할 때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국 대선일(11월 8일)을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시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은 5차 핵실험 직후와 같이 대북 협상론, 제재 무용론이 고조될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 추가 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공산이 크다. 노동신문이 분출시험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뒤 “미국이 군사적 압박과 제재 봉쇄로 우리의 핵무장을 해제시키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개꿈”이라며 미국 본토 공격이 ‘빈말’이 아님을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북한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의 마지막해인 올해 안에 위성 발사와 ICBM 응용기술 수준을 최대한 완성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시험은 ICBM 능력을 과시해 핵응징적 억지력을 블러핑(허풍)한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대내적으로 (로켓과 위성이라는) 과학문명 강성국가의 최고봉을 추구하면서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또 다른 군사적 위협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신형 로켓 엔진 시험 장면 공개와 관련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행위에 대해 안보리의 명확한 규정에 따라 관련 당사자 측이 맡겨진 의무를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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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