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4개 이단 해제’ 특별사면 8일 만에 취소키로

입력 2016-09-20 21:18
소기천 장로회신학대 교수(오른쪽 두 번째) 등 전국 25개 신학대 교수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임원회의 4개 이단 사면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채영남 목사) 임원들은 20일 교단 원로들과 모임을 갖고 이단 해제 특별사면을 취소키로 뜻을 모았다. 예장통합 임원회가 지난 12일 선포한 4개 이단에 대한 특별사면을 스스로 번복한 것이다.

예장통합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기동(서울성락교회) 변승우(사랑하는교회) 이명범(레마선교회) 고 박윤식(평강제일교회)씨 등에 대한 예장통합 총회의 이단 규정은 유효하게 됐다.

예장통합 임원진은 이날 서울 중구 동호로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서 전직 총회장 출신의 원로목회자들과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단해제’ 특별사면 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총회장 출신 중 가장 큰 어른 격인 림인식(노량진교회 원로) 목사를 비롯해 남정규 김창인 박종순 유의웅 이광선 지용수 박위근 손달익 정영택 목사 등 19명의 원로급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전직 총회장들은 이번 사면선포에 대해 “특별사면의 취지와 현 총회장의 의욕은 충분히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이단 해제와 관련해서는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타 교단들이 이단 해제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 홀로’ 사면을 통해 이단을 풀어줄 경우, 향후 교단 및 교회연합기구들과의 연합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림인식 목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역대 총회장들은 총회에 혼란을 가져오거나 총대들이 염려할만한 일들은 하지도 않았고, 해서도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총회 개회 전에 (특별사면 건에 대한) 잡음이 일절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니 채 총회장과 임원회가 알아서 잘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예장통합 임원진은 21일 임원회를 열어 교단 원로들의 이 같은 조언을 수용, 특별사면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총회에서는 특별사면위원회의 활동 보고와 함께 이에 대한 제101회기 총대들의 결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총신대 고신대 백석대 서울신대 등 전국 18개 신학대 79명의 교수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장통합 임원회의 4개 이단에 대한 사면 공표는 한국교회와 신학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며 사면 취소를 촉구했다. 장로회신학대 등 예장통합 산하 7개 신학대 교수 114명도 “교단의 교리적 정체성을 지키고 교단 간 화합·일치를 위해 특별사면 결의는 반드시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박재찬 백상현 기자 jeep@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