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반기문 바람, “실체 있다” vs “두고 봐야” 팽팽

입력 2016-09-21 04:02



‘반기문 바람’은 내년 대선을 흔들 태풍인가, 아니면 일시적 거품인가.

국민일보가 20일 정치학과 교수와 여론조사 전문가 등 10명을 전화 인터뷰한 결과 평가는 엇갈렸다. 10명 중 5명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실체가 있다”고 했다. 반면 5명은 “일시적인 기대감이 투영된 결과” “아직 두고 봐야 한다” 등 저평가를 내리거나 판단을 유보했다.

충청·TK 지지에 與 주류 지원

반 총장이 과거 ‘반짝 인기’를 끌다 사라졌던 대선후보와 다르다는 근거는 충청 지역 기반을 갖춘 데다 여권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반 총장 지원에다 충청 지역주의까지 합쳐진 현상”이라며 “이것은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새누리당 지지층인 60대 이상과 대구·경북(TK) 지역 지지층까지 일부 확보하면서 파괴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과 상당 부분 겹치는 고정 지지층을 이미 확보했는데 이들은 쉽게 지지 철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난을 받기 쉬운 정치권 내 인사들보다 정치권 밖에 있던 인사가 유리한 구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교 공무원으로서 쌓은 안정적인 이미지도 플러스 요인으로 평가됐다. ‘반기문 현상’이 지난 대선 당시 불었던 ‘안철수 신드롬’ 등에 비견되기도 하지만 외교·안보 이슈가 중대해진 현재 상황에선 외교 전문가로서 반 총장의 안목이 더욱 부각된다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개인적 의혹들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 의혹 등이 제기됐는데도 당선됐다”며 “전문적 능력을 갖춘 반 총장 지지 현상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실정치의 벽 넘을까

반 총장의 높은 지지율이 일순간 꺾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반 총장이 어느 정도의 권력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주목한다. 현실정치의 칼날 검증을 끝까지 버텨내거나 정면돌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 차례나 대권을 거머쥘 듯했던 이회창 전 총리는 장남의 병역 면제 논란에 발목이 잡힌 전례가 있다. 고건 전 총리도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데 실패해 17대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 총장이 대권을 향한 권력싸움을 얼마나 견뎌낼지 봐야 한다”며 “김종필 전 총리가 그런 의미에서 반 총장에게 이를 악물고 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복지 교육 문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대안을 내놓을지도 변수다. 현재는 여야 혹은 정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반 총장이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뛰어들면 ‘밑천’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 등 민감한 정치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경우 지금의 높은 지지율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년 가까이 지속된 반기문 현상에 대한 전문가 평가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이유는 반 총장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반 총장이 이른바 ‘반반(潘半) 화법’을 구사하며 모호한 출마 의지만 내비쳤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택 이종선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