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나라 구하는데 나를 던지겠다”

입력 2016-09-21 00:03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가운데)이 20일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강연을 마친 뒤 활짝 웃으며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20일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던지겠다”며 정계 복귀와 사실상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전남 강진을 떠나기 전 마지막 강연에서 “기득권 중심의 지배체제를 개혁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겠다”고 했다. 여야 비주류를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8월 5일 강진에 도착해 백련사 인근 흙집에 정착하기까지 과정을 죽 풀어놨다. 그는 “토굴을 치우고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 여연 스님이 와서 ‘한 2년은 사셔야죠’라고 하기에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2년을 훌쩍 넘겼다. 이 스님이 요즘엔 ‘이제 내려가셔야죠’ 한다”고 운을 뗐다. 강연이 진행된 강진아트홀 대강당엔 700여명의 지지자가 몰렸다.

정치 행보와 관련된 발언은 강연 끝 무렵에 나왔다. 손 전 고문은 “우리 사회의 위기와 모순을 근본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는 물론 분단체제와 기득권 지배체제를 개혁하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시대 전환을 준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새 정치질서를 만드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저 손학규가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한 절박함을 받들겠다”며 “다산의 개혁 정신으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고 했다. 야권에선 손 전 고문이 언급한 ‘새로운 정치질서’가 더민주 탈당 후 제3지대행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손 전 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막 정계 복귀를 선언한 마당에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며 “손 전 고문은 당원으로서 필요하면 당에 쓴소리도 하고 개헌과 미래비전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향후 어떤 위치에서 무슨 역할을 하게 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손 전 고문은 “제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봐 달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1993년 서강대 교수였던 그가 정계에 입문하면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손 전 고문은 향후 계획, 당적 유지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엔 답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떴다.

권지혜 기자, 강진=고승혁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