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엔진의 지상분출시험 성공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이 대폭 강화된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북한이 20일 주장한 대로 신형 로켓 엔진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면 이는 ICBM 개발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은 것이라고 평가한다. 엔진 추력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사거리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1t 이상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추력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정지위성을 쏘아올리겠다는 의도를 보인 점도 주목된다. 지난 2월 7일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로켓은 고도 400∼500㎞의 저궤도 위성이었지만 정지위성은 고도 3만6000㎞ 이상 궤도에 도달해야 하는 위성으로 기존 저궤도 위성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날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엔진의 추력은 80tf(톤포스)라고 밝혔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로켓) 엔진 가운데 추력이 가장 높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사일 엔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셈이다. 지난 2월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호는 추력 27tf의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어 1단 로켓으로 사용했다. 불과 7개월 만에 추력이 3배 이상 되는 엔진을 개발한 셈이다.
북한이 공개한 이번 실험 사진의 화염 길이는 4월 시험 때보다 길었다. 추력이 그만큼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진 비율이나 촬영 시점이 다를 수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난 4월과 비교했을 때 불꽃 길이가 다소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신형 엔진 4개를 묶어 1단 로켓으로 사용한다면 320tf의 추력이 나올 수 있어 1t 이상 핵탄두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굳이 핵탄두 소형화를 하지 않더라도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러 개의 탄두를 넣는 다탄두 탑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괴력은 그만큼 높아지고 요격하기는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직경도 늘어났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새 엔진 분출구의 직경은 90㎝로 노동미사일 엔진(60㎝)보다 1.5배 크다”고 분석했다. 연소시간도 200초로 상당히 길어졌다. 신형 엔진은 장구 모양으로 지난 2월 발사한 광명성호 엔진과 모양이 비슷하다. 지난 4월 북한이 실시한 엔진 분출시험 시에는 공 모양의 신형 ICBM 엔진이었다. 한국형 발사체(KSLV-2)와 비교해도 성능이 뛰어나다. KSLV-2는 추력 75tf 엔진으로 연소시간은 144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한이 신형 엔진을 곧바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단일 엔진을 개발하는 것과 이를 묶어서 안정성 있게 운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4개를 묶어 1단 로켓으로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도 확실치 않다. 북한이 최근 무수단 미사일을 1400㎞로 쏘아올려 재진입시키는 기술을 확보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ICBM의 경우는 이보다 더 고열의 충격을 견뎌야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안정적인 재진입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북한이 정지위성이라고 밝힌 것은 일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직면한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려는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북한이 정지위성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책연구소 위성 전문가는 “북한이 정지위성을 쏘아 올려 한반도를 감시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지위성을 확보한다면 한반도 내 군사적인 움직임과 유사시 미군 전력의 전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지위성
일정 궤도에 위성을 정지시켜 지구와 같이 돌면서 일정 지역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위성이다. 약 3만6000㎞ 상공의 궤도에 진입해야 해 상당한 추력을 지닌 엔진이 필요하다. 주로 통신과 방송, 기상관측용으로 활용되지만 적외선 기능을 달면 조기경보위성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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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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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1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