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5개월, 임신한 아내가 암에 걸렸다

입력 2016-09-21 19:25 수정 2016-09-21 21:23

“다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도 모험을 하시겠습니까?”

서울신대 신학과와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MDiv)를 졸업하고 경기도 고양시 뉴라이프미니스트리(NLM)에서 협력 전도사로 섬기고 있는 저자가 ‘결혼은 모험’이라고 단언한 뒤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결혼이라는 모험을 결행하는 이유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살아가노라면 부부는 매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변수에 맞닥뜨린다. 그 변수는 뜻밖의 선물일 수도 있지만 차마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후자에 속한다.

결혼 후 꿈같은 신혼 기간 5개월이 지날 즈음 아내의 암 선고와 함께 임신 3주의 기로에 선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임산부의 몸으로 11개월간 치열하게 암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딸을 출산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사별이라는 잔인한 현실 앞에 서게 된 저자는 하루하루 절망의 늪을 걸으며 사랑, 결혼, 생명, 죽음에 대해 곱씹어 묵상한다. 결혼은 웃을 수도 있지만 울 수도 있는, 알 수 없는 모험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수많은 선남선녀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통해 얻거나 잃게 될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숱한 문제를 풀어놓는다.

이 책은 씻어도 씻기지 않는 자신의 상처를 핥으며 써내려간 한 남자의 절박한 치유 일기다. 사랑과 이별, 행복과 슬픔이 공평하게 동행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애잔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맺는말에서 김현승의 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를 소개하며 낮은 목소리로 고백한다. “제 아내가 겪은 고통과 죽음을 통해 깨닫게 된 삶의 모습들이 성령님께서 허락하신 열매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그래도 괜찮을까요?)

결혼하기 딱 좋은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이다. 혼인을 앞둔 20∼30대 형제자매나 신혼부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배우자와 사별 후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 가는 중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