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다. 물, 바람, 돌이 많다고 그렇게 불린다. 그런 곳에 골프장이 많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골프 여행객이 넘쳐난다. 심한 바람과 변화무쌍한 날씨로 난이도 있는 골프코스로, 결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없지만, 골프를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이라면 제주도 정복의 꿈을 꾸기 마련이다.
해비치 컨트리클럽 제주는 그런 골프장들 중에서도 제주도 본연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곳으로 유명하다. 국제공항이 있는 제주시 구시가지와 중문 관광단지가 자리잡은 서귀포시의 한 가운데쯤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같은 계절에도 동쪽과 서쪽이 전혀 다른 기후를 보이는 제주도의 변화무쌍함을 코스 전체에 담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총 전장 1만2768m 36홀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울창한 숲과 올록볼록한 능선, 푸른 바다 전망까지 제주도만의 정취가 코스 곳곳에서 느껴진다. 잔디는 바람과 추위에 강한 캔터키블루 그래스가 페어웨이에, 가장 섬세하고 결이 균등하다는 밴트그래스가 그린에 깔려져 있다.
완만한 경사에 넒은 페어웨이로 골프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서 전 코스를 돌 수 있지만, 날씨에 따라 난이도는 천양지차를 보인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마치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듀루스 올드코스를 연상하게 만든다. 숨겨놨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듯이 페어웨이는 원래 길이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고, 빠른 그린은 골퍼들의 제대로 된 실력을 확인하려 덤빈다.
코스는 9홀씩 각각 다른 네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한라산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카이 코스는 광활한 대평원에서 라운딩하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할 만큼 넓은 페어웨이를 자랑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멀리 남중국해가 보일 정도다.
레이크 코스는 스카이 코스와는 반대로 해발 220∼270m의 저지대 초원에 자리를 잡고 있다. 크고 작은 연못들과 개울, 워터 해저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팜 코스는 제주도 특유의 수종인 삼나무 팽나무가 돋보이는 곳이다. 거기다 아열대 기후에서만 자라는 야자수와 한라산 화산의 흔적인 현무암이 코스 곳곳에서 보인다. 깊고 좁은 벙커들이 골퍼들을 괴롭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별도의 장애물이 없고 워터해저드가 적은 밸리 코스는 4개 코스중 가장 평이한 코스다. 코스가 길지 않고 아담하며 바람의 영향도 코스 양편에 자리잡은 방품림 때문에 비교적 덜 받는 곳이기도 하다.
레이크와 팜 코스를 합쳐 18홀 라운딩을 해봤다. 레이크 코스에선 티박스에 들어서 티샷을 준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큰 워터해저드를 넘겨야 페어웨이에 안착할 수 있어서, 작은 실수조차 용납치 않기 때문이다. 홀의 페어웨이는 평평하지 않고 고저 차이가 심했다. 별로 심하게 바람부는 날씨가 아님에도 정확하게 스스팟을 맞추지 못한 볼은 심하게 바람을 타고 날렸다. 팜 코스는 전장이 길진 않지만 벙커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덕분에 벙커샷 연습은 한껏 한 것처럼 느껴졌다.
골프장 측은 광대한 홀들의 잔디를 전부 친환경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별도의 배양시설을 통해 배양한 미생물을 이용해 잔디의 해충을 제거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라운드를 마치면 개성넘친 건물로 지어진 클럽하우스가 골퍼들을 맞이한다. 2층의 레스토랑 ‘가온누리’에선 맛깔스런 제주 향토음식을 맞볼 수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해비치 컨트리클럽 제주에 가보니… 날씨 따라 ‘천의 얼굴’ 그린 위에 펼쳐진 미로
입력 2016-09-21 17:35 수정 2016-09-26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