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중심부에 폭탄을 터트린 테러범은 평범한 20대 프라이드치킨 식당 주인이었다. CNN방송은 19일(현지시간) 맨해튼 테러를 벌이고 뉴저지에 폭발물을 설치한 혐의로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흐마드 칸 라하미(28)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뉴욕경찰(NYPD)은 맨해튼 폭발 지점 CCTV에 라하미가 잡혔고 현장에서 지문도 나왔다고 밝혔다. 지금까진 테러 관련 전과가 없는 라하미의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보 수집이 어렵고 예방이 불가능한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테러 행각에 경각심이 커졌다. 외로운 늑대는 전문 테러단체 조직원이 아닌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말한다.
라하미는 뉴저지주 북동부 린든에서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붙잡혔다. 경찰이 집 앞에서 잠을 자던 라하미를 깨운 뒤 손을 들라고 명령했지만 그는 총을 쐈다. 경찰이 곧바로 대응 사격에 나서 도망치던 라하미를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라하미는 팔과 다리에 총상을 입어 긴급 수술을 받았다. 수사당국은 라하미를 경찰관 살인미수와 2급 무기 불법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라하미를 검거하기 4시간 전 경찰은 그의 사진과 차량 번호를 공개하며 수배령을 내렸다. 최초로 ‘무선응급경보(wireless emergency alerts) 시스템’도 가동됐다. 주민 수백만명에게 ‘지명수배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 28세 남성. 얼굴은 언론을 통해 확인 바람. 봤을 경우 911로 신고’라는 내용의 문자가 발송됐다. 한 주민이 자고 있던 라하미의 얼굴을 확인하고 신고했다.
경찰은 뉴욕 폭발과 뉴저지 곳곳에서 발견된 폭발물이 모두 라하미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국장은 “공모자가 있는지, 동기가 무엇인지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라하미는 1995년 부모와 함께 미국에 입국해 2011년 시민권을 얻었다. 그해 7월 파키스탄 여성과 결혼한 그는 2년 뒤 파키스탄에서 약 11개월을 머물렀다.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 아프가니스탄에도 들렀다. 지인들은 이후 그가 무슬림 복장을 하고 다니면서 기도회에 나왔다고 전했다.
라하미는 가족과 함께 뉴저지 엘리자베스 지역에서 ‘퍼스트 아메리칸 프라이드치킨’을 운영했다. 단골 고객에게 인심이 좋은 친절한 가게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그는 2011년 가게를 24시간 운영하다가 소음 문제로 금지 당하자 “무슬림과 이민자를 억압한다”며 소송을 걸었다고 한다. 소송은 이듬해 법원이 라하미의 가족에게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뒤 종결됐다. 이 때문에 반(反)이슬람 정서에 분노하던 그가 고향을 다녀온 뒤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변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외로운 늑대’로 돌변한 친절한 치킨집 사장
입력 2016-09-21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