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여성 로마시장 3개월 천하?

입력 2016-09-20 18:02

2500년 역사상 첫 여성 로마시장에 당선된 비르지니아 라지(38·사진)가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시민은 물론 소속 정당으로부터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 물들지 않아 깨끗한 행정을 펼치리라 기대했지만 너무 경험이 부족해 시정을 이끄는 자질이 모자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7세 아이를 둔 엄마이자 변호사인 라지는 지난 6월 6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유모차를 끌고 외출하기 불편해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세워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의 로마는 ‘혼란’과 ‘마비’ 자체라고 현지 언론 라레퍼블리카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지는 무엇보다 취임 이후 시정 장악에 실패했다. 주요 보직을 맡은 5명이 라지와의 불화로 사임했다. 그가 새로 임명한 고위직 2명은 부패 혐의와 고액연봉 논란으로 퇴출됐다. 관리들이 물러나면서 행정이 마비돼 여름 내내 로마 시내에 쓰레기가 넘쳐났다. 참신한 행정을 기대하며 라지를 강력히 지지했던 젊은 엄마들은 자녀가 쥐가 들끓는 쓰레기더미 옆에서 뛰어노는 걸 지켜봐야 했다. 라지는 로마의 가장 큰 골칫덩이인 재정적자 해소에는 손조차 못 대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그가 소속된 정치단체 오성운동(모비멘토 친케 스텔레) 핵심 인사들까지 라지를 비난하고 나섰다. 자칫 라지 때문에 수년간 성장한 오성운동이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오성운동은 ‘청렴’과 ‘새 정치’를 표방하며 급성장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