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부장판사 구속 기소

입력 2016-09-20 18:15 수정 2016-09-20 21:46
인천지법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가 지난 2년간 정운호(51·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현금과 수표 1억2500만원, 고급 외제차 및 보험료 등 5624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그를 ‘인천 형님’으로 부르면서 각종 민·형사 재판의 청탁 창구로 활용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8년 후배에게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정씨 소유의 2010년식 레인지로버 차량(5000만원 상당)을 자신의 부인 명의로 넘겨받았다. 차량 취득세와 보험료 624만원도 정씨에게 대납시켰다. 그는 정상적 중고차 거래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정씨에게 50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의 거간꾼 노릇을 한 성형외과 원장 이모(52·구속 기소)씨는 그 며칠 뒤 병원을 찾아온 김 부장판사에게 정씨 돈 1억5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 송금 받은 차량대금에 1억원의 웃돈까지 얹어준 것이었다. 정씨는 애초 김 부장판사에게 BMW 신차를 선물하려 했으나 부담스러워해 레인지로버 중고차로 합의를 봤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상반기에 1000만원권 수표 1장, 지난해 10∼12월 현금 1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의 모조품을 제조·유통한 사범들에 대한 엄벌 청탁,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의 지하철 상가 입찰보증금 반환 추심금 소송 및 정씨의 상습도박 사건 재판부에 대한 청탁·알선 등의 명목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판 청탁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 부장판사는 2012년 12월 정씨와 이씨, 브로커 이민희(56·구속 기소)씨와 함께 베트남·마카오 여행을 다녀왔으며, 정씨에게 수시로 금품과 골프, 향응 접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정씨 부담으로 해외여행을 한 4명은 현재 모두 구치소에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20일 김 부장판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사건 심리는 연수원 25기인 김진동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맡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