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약속한 ‘공약(公約)가계부’가 실패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재원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결국 공약(空約)이 됐다는 비판이다. 야당에서는 법인세를 인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2013년 5월 140개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돈과 마련할 돈을 대차대조표로 정리한 공약가계부를 발표했다. 134조8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다른 세금 지출을 아껴 84조1000억원을, 세금 수입을 늘려 50조7000억원을 임기 5년 동안 마련하겠다며 연차별로 재원확보 계획을 세웠다. 특히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18조원의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했다.
임기의 3분의 2가 가까워진 현재 이미 공약가계부는 펑크가 났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2015년 세법 개정으로 이뤄진 비과세·감면 정비 효과는 6조3000억원에 그쳤다. 정부가 내건 목표보다 11조7000억원 부족하다. 올해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예상되는 세수증대 효과 2461억원을 반영해도 10조원 이상이 모자란 셈이다.
비과세·감면 정비 실적이 저조한 것은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비과세 감면 혜택을 과감하게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올해로 끝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소폭 조정해 3년 연장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한 연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도 추가로 2년 연장된다. 내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비과세 제도 정비는 더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비과세·감면 정비 항목을 다르게 산정해 수치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2∼2015년 세법 개정으로 공약가계부상 비과세·감면 정비 목표 18조원 중 16조6000억원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예산정책처가 비과세·감면 한도를 축소하는 최저한세율 인상 등을 정비 실적에서 제외하고, 근로장려금 확대 및 자녀장려금 신설에 따른 세수 감소를 뺐기 때문에 정비 효과가 6조300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는 설명이다.
비과세 제도만 아니라 공약가계부 전반에 걸쳐 재원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공약과 지방공약 이행을 위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내세운 복지공약을 이행하느라 지자체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지방재정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현 의원은 “정부는 공약가계부의 실패를 인정하고 법인세 정상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비과세 혜택이 최상위층에 쏠리는 금융소득과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을 선제적으로 정비해 형평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박근혜표 ‘공약가계부’ 결국 空約
입력 2016-09-21 00:02 수정 2016-09-21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