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팔아줄게” 5억대 람보르기니 판 돈 주식에 탕진

주식 투자자로 활동하는 이모(35)씨는 지난 1월 자신의 람보르기니 차량을 팔기로 했다. 몇 차례 중고차 매매를 중계해준 적이 있는 김모(45)씨에게 부탁했다. 중고차 매매 브로커로 활동하던 김씨는 무등록 알선업자였다. 김씨는 시가 5억원 상당의 람보르기니 차량을 더 높은 가격에 팔아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차를 맡기고 넉 달이 지나도록 차를 팔았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김씨는 “손님이 없다”며 차일피일 시간만 끌었다. 이씨가 직접 김씨의 매장을 찾아가보니 자신의 람보르기니 차량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 사이 김씨는 중고차 딜러 백모(34)씨와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다. 투자금은 이씨의 차를 담보로 빌린 3억6000만원이었다. 이들은 평소 이씨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해 초기에는 6000만원 정도를 벌었다. 하지만 투자 실패로 이 돈을 모두 날렸다.

당초 김씨와 백씨는 7대 3의 비율로 수익금을 나눠 갖기로 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벌고 싶어 이씨를 속였고, 돈을 벌고 난 뒤에 차를 다시 찾아올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외제차를 팔아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등 횡령과 사기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주범 김씨를 지난 9일 구속하고, 공범 백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