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서방, MVP도 문제없어

입력 2016-09-21 00:00 수정 2016-09-21 00:42
더스틴 니퍼트(35·두산 베어스·사진)는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 오하이오주 빌스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자연에서 뛰놀며 자연스레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빅리그에 몸담았던 그는 2011년 한국프로야구(KBO) 무대를 노크했다. 그리고 올 시즌까지 6년째 두산 유니폼을 입고 효자용병 노릇을 했다. 꿈에 그리던 빅리그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살며 최정상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니퍼트가 KBO리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두산의 패넌트레이스 우승에 핵심 역할은 물론이고 각종 개인기록도 써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기억은 썩 좋지 않다.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리며 20경기 출전에 그쳤고,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부진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쌓지 못했다. 다만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60으로 역투해 14년 만에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것에 위안을 삼았다.

니퍼트는 팀과 동료들에 대한 애착이 상당하다. 이젠 영원한 ‘두산맨’으로 남겠다고 한다. 그가 장수 용병으로 거듭난 건 출중한 기량에 성실함, 인성, 책임감까지 두루 갖춰 팀에 녹아들었던 탓이다. 때문에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내려고 절치부심했다. 가장 큰 목표는 잔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었다. 그는 비시즌 동안 오로지 재활에 매진했다.

역시 올해는 달랐다. 개막전부터 6연승을 올리며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후반기엔 더 무서워졌다. 지난달 9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8연승을 장식했다. 연승 기간 동안 경기당 평균 1.75실점의 짠물투를 선보였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투수들 중에서 유일한 2점대로 끌어내렸다.

시즌 내내 에이스를 가동한 두산은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니퍼트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1승 3패(승률 0.875)에 평균자책점은 2.92다. 그동안 활약상에 비해 개인 타이틀과 거리가 멀었던 니퍼트는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부문 3관왕과 함께 MVP 자리를 넘본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외국인 선수는 타이론 우즈, 다니엘 리오스, 에릭 테임즈 등 3명뿐이다. 지난 13일 니퍼트는 앤디 밴헤켄(넥센 히어로즈)에 이어 2년 만에 20승 고지를 밟았다. 동시에 역대 최소경기(25경기), 최고령(35세 4개월 7일) 20승 기록도 갈아 치웠다. MVP 자격은 충분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203㎝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는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제구력과 변화구도 여전하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더해졌다. 이제 남은 경기에서 1승만 더하면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쓴다. 2007년 두산에서 활약한 다니엘 리오스의 22승 기록이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신기록도 가능한 상황이다. 남은 일정상 2경기 이상 선발 기회가 주어져 노려볼만 하다.

니퍼트는 꾸준한 기다림 끝에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기회를 잡았다. 지난 1월에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니서방’으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가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