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공동체 생활로 세상에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죠?” “팀 켈러 목사도 이 책에서 선교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공동체도 자신을 정답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목회자들의 독서모임인 ‘안양목회포럼(회장 전승환)’ 참가자들이 최근 경기도 안양 동안구 안양감리교회에서 열린 모임에서 토의를 벌이는 장면이다.
참가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고,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내놓았다. 이날 발제자는 지난달 기독교 공동체 미국 브루더호프에 다녀온 고성제 평촌새순교회 목사와 팀 켈러 목사의 ‘센터처치(두란노)’를 요약해온 권순달 밝은빛교회 목사, 두 사람이었다. 한 달 동안 브루더호프에서 생활한 고 목사는 그곳의 운영방식과 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갈수록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이를 가는 사회’가 돼가는 것 같습니다.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한 공동체를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브루더호프는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눅 10:27)’는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모두 적게 가지고,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식사도 아침과 점심 두 끼만 먹었어요. 처음에 제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몰라요. 허허.”
브루더호프의 영향력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들은 ‘천국이 이미 왔다(마 4:17)’는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훗날 거기’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그 나라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옳다고 여겼어요. 지역사회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브루더호프 지도자에게 의견을 묻는다고 해요.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지요. 빛이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고 목사의 답이다.
브루더호프 사례를 교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대부분 신중했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의 소유를 모두 팔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목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전하는 ‘메신저’가 돼야하지 않을까요?” “브루더호프의 정신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곳이 교회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권 목사는 “팀 켈러는 교회 공동체 안의 모든 사람이 선교사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2010년 처음 시작된 모임은 현재 안양 지역 9개 교단 소속 목회자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홀수 달마다 모여 선정 도서를 바탕으로 발제하고, 자유토론을 한다. 전승환 안양서부교회 목사는 “건강한 목회를 위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교제하기 위해 모임을 발족했고 다양한 교단 목사님들이 함께한다”고 소개했다.
경비는 매월 거둔 회비로 충당한다. 회원의 추천을 받은 뒤 기존회원의 반대가 없으면 신규 회원이 된다. 모임 초기엔 ‘목사들이 모르는 10가지’라는 주제로 ‘개교회주의’ ‘주일학교’ ‘열등감’ ‘코칭’ ‘선교지 프로젝트’ 등을 공부했다.
2012년에는 모임 결과를 담은 책 ‘공부하는 목사들(순출판사)’을 발간했다. 지역 목회자들을 위해 같은 해에는 ‘신학의 목회적 적용’, 이듬해엔 ‘자살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개 포럼을 열었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각자 시무하는 교회의 일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박2일 수련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목회의 애로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극복했다.
모임에 참가한 목회자들에게 독서모임의 좋은 점을 물었다. 권 목사는 “교회가 자칫 외적인 성장만을 추구할 수 있는데 모임을 통해 우리가 정말 말씀대로 가고 있는가를 점검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전 목사는 “목사는 목회에만 빠져 외골수가 될 수 있다. 모임을 통해 교회를 폭넓게 보고 이해할 수 있다. 시야가 넓어졌다”고 전했다. 공부가 내면 훈련의 기회가 된다는 얘기다.
서로가 목회의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김윤 시온감리교회 목사는 “목회자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풀만한 곳이 많지 않다. 이 모임에서 목회의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고민할 수 있다. 동역자와 함께하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곽형규 석수중앙교회 목사는 “선배 목사님들로부터 목회의 지혜를 빌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공부하며 함께 목회하는 이곳 목회자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안양=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책마을 사람들] 안양지역 목회자 독서모임 ‘안양목회포럼’
입력 2016-09-21 19:25 수정 2016-09-21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