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공유 시대’다. 배우 공유(본명 공지철·37·사진)를 빼놓고 올해 영화계를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출연작만 무려 세 편. ‘남과 여’로 첫 정통 멜로에 도전한 데 이어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지난 7일 개봉한 ‘밀정’은 흥행 가속 중이다.
“올해 저에게 운이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들어도 기분이 좋은 건, 순도 100%의 내 선택이었기 때문이에요. 세 작품 모두 내가 하고 싶어서 먼저 덤빈 작품이거든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 됐죠.”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담담했다. 그리고 솔직했다. 그는 “15년 배우 생활 중 가장 바쁘고 가장 핫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언제 또 이런 순간이 오겠나. 두 번 다시 못 올 일이라 생각하면서 힘들고 지쳐도 (견디고 있다)”라며 웃었다.
누적 관객수 616만(20일 기준)을 넘어 1000만을 향해 가고 있는 ‘밀정’에서 공유는 송강호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의열단 리더 김우진 역을 맡아 시대의 아픔을 전달했다. 인상적이었다는 칭찬을 건네자 그는 “쉽지 않은 영화였다”고 푸념했다.
“초반에 모든 게 다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마냥 좋아서 덥석 물었는데 막상 촬영을 하려니까 현실적인 부담감이 밀려오는 거예요.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선배 두 분의 존재감 자체가 부담이었어요. 그 와중에 저는 제 가치를 증명해내야 했죠.”
송강호와의 호흡은 오히려 약이 됐다. 타고난 재능을 지녔다고 생각한 대선배가 현장에서 대사를 끊임없이 되뇌는 걸 보며 자극을 받았다. 공유는 “뛰어난 능력 못지않게 노력을 하는 모습이 배우로서 당연한 걸지라도 저로서는 반성이 되더라”고 했다.
송강호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지켜보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선배도 실은 굉장히 외롭지 않을까.’ ‘그 무게를 견디면서 묵묵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본인도 그런 감정을 느끼는 모양이라고 묻자 공유는 “늘 대중 앞에 서고 사랑을 받지만 배우라는 직업 자체는 외로운 것 같다. 슬기롭게 버티는 것”이라고 답했다.
“제 자신에게 인색한 편인데 가끔 ‘후지지 않게 잘 버텨왔구나’ 자위할 때는 있어요. ‘밀정’을 끝내놓고 난 뒤 육체적·정서적으로 지쳤다는 느낌을 받긴 했거든요. ‘이러다 자칫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겠다. 그럼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들더라고요.”
아직은 멈출 수 없다. 이미 차기작 촬영에 들어갔다. 김은숙 작가가 극본을 쓴 tvN 드라마 ‘도깨비’다. “하, 지금 고민이 많아요(웃음). 그래도 오랜만에 하는 로코(로맨틱 코미디)니까 잘하고 싶어요. 조금은 다른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오는 12월 ‘도깨비’까지 선보이면 진정한 ‘공유의 해’가 완성된다. 그런데 이 남자는 흔들림이 없다. 지금껏 그랬듯 소신 있게 제 길을 걷겠단다. 그러면 ‘진짜 공유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
“열심히 하다보면 알아봐주시는 타이밍이 오더라고요. 천천히 가되 고이지 않고 흘러가고 싶어요. 발전 없이 멈춰있는 건 제 스스로 용납이 안 될 것 같아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공유 시대 활짝… “이런 순간, 또 오겠나 싶어” [인터뷰]
입력 2016-09-20 19:26 수정 2016-09-20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