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복잡한 형태의 지성은 사회적인 것이고, 가장 어려운 것은 인간관계라고 한다. 사람 간의 상처는 유대를 약하게 만들고 외로움으로 숨어버리게 한다. 너덜너덜해진 인간관계를 대신할 접촉점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콘이 SNS다.
스마트폰 보급률 1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SNS라고 한다. SNS에서는 금수저·흙수저 차별 없이 쉽게 계정을 만들어 공평하게 활동할 수 있으니, 살과 피를 지닌 사람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방식의 인간관계망이다. 외로울수록 SNS에 집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사회활동을 잃고 인간을 향한 그리움을 찾아 망 안으로 들어가도 불완전한 사귐과 가벼운 즐거움이 넘쳐날 때 허망함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긴 잠복기를 지닌 외로움은 삶 전체가 외로운 것이다. 외로운 것이 꼭 불행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외로움, 내밀한 두려움으로 SNS에 숨어버린다면 더 외로워질 수도 있다. 진정 원하는 것은 따뜻한 손을 잡고 깊이 있고 신뢰할 만한 정을 쌓는 것인데 SNS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롭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SNS가 가까운 관계마저 해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집안에서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카톡으로 대화를 나눈다거나, 아이를 업고 SNS에 빠져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난 경우도 있다. 친구들끼리 모여 있어도 각자 손에 쥔 스마트폰에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가까운 이와 교제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나누는 대신 기기와 소통하기를 더 즐겨 하는 것이다.
지금의 현상을 예측할 수 없었듯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더 스마트해진 기기와 더 외롭고 두려운 인간 내면의 대결은 아닐는지. 문명 진화에 따른 편리성은 인간성 상실이라는 보이지 않는 높고 무서운 벽과 만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은 차가운 기기와의 연결을 끊고 내면과 소통하며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 김세원(에세이스트),그래픽=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덜 문명적인, 더 인간적인
입력 2016-09-20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