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다. 세계가 인정하든 안 하든 북한은 핵보유국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묘사한 영화는 이미 나와 있다. 미국의 ABC-TV가 방영한 특집 드라마 ‘사이언스 픽션의 대가들’ 중 한 에피소드인 ‘각성(The Awakening)’. 로버트 하인라인 등 SF소설의 대가들 작품을 각 60분짜리 TV영화로 만든 4부작 중 하나다.
이 영화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하고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과 함께 미국에 맞서는 것으로 묘사한다. 제작연도가 2007년인데도 그때 이미 미국(의 방송)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이 핵을 보유한 북한을 자신의 한 팔 또는 방패로 삼는다는 설정이 섬뜩하다.
핵전쟁에 관한 영화는 무수히 많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더 데이 애프터(The Day After)’다. 역시 ABC가 1983년에 방영한 TV영화. 하지만 핵전쟁의 참상을 추상적이 아니라 누구나 피부에 와 닿는 것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그 어떤 영화보다 인상적이다.
미국 캔자스주 로렌스라는 도시 주민들에게 닥친 핵전쟁의 참상을 주로 다룬 영화는 핵무기 폭발로 인한 신체 손상 등 영상이 너무 잔혹해서 많이 삭제되거나 톤다운됐다고 한다. 이를테면 인간의 육체가 한순간에 숯으로 변하거나 하얀 뼈만 남는 장면, 눈알이 녹아내리고 얼굴과 신체 피부가 녹아 늘어지는 장면, 날아오는 유리 파편에 찔려 죽거나 사지가 절단되는 장면, 사람들이 핵폭발의 충격파로 부서진 건물에 깔려 납작해지는 장면, 대피소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불폭풍이 몰아치자 질식해 숨지는 장면 등.
그런 참상이 북한 김정은의 변덕 여하에 따라 우리 현실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그 잘난 정파 간의 정치적 이익 따지느라, 대외경제 고려하느라, 주변국 눈치 보느라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런 영화라도 보면서 제발 정신 좀 차리기를.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88> 북한 핵과 ‘더 데이 애프터’
입력 2016-09-20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