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힘이다] 33%가 R&D 인력… “글로벌 먹거리 책임”

입력 2016-09-20 18:18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이사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본사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아시아종묘 제공

“세계인의 먹거리는 우리가 책임집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종자제조 및 판매 전문 업체인 아시아종묘 본사에서 만난 류경오(59) 대표이사는 “아시아종묘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모토로 삼고 신품종 개발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건국대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채소학 석사학위를 받은 농업 전문가다. 1986년 서울종묘(현 신젠타종묘)에 입사해 전 세계 각지를 누비던 그는 91년 돌연 퇴사했다. 해외 영업의 노하우를 익히고 창업의 꿈을 펼치기로 했다. 이듬해인 92년 아시아종묘를 설립했다.

아시아종묘는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종자전문 회사다. 2014년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들어갔으며, 오는 10월에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96억원의 매출 중 40%가량인 77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다. 아시아종묘는 9월 기준 국내 약 3100곳, 중국 인도 등 해외 36개국 190곳과 340여 품종을 거래한다.

아시아종묘가 이룬 쾌거의 뒤편에는 적잖은 시련도 있었다. 창업한 뒤 4∼5년 지나자 자금난이 찾아왔다. 류 대표는 직원을 모두 떠나보내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상가 지하실에 책상 하나 놓고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종자산업법이 엄격해 해외에서 시험 재배용 종자 샘플을 들여오는 것도 불법이어서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진입장벽이 높았던 탓에 남들이 하지 않는 시장부터 진출하기로 했다. 처음 시작한 건 허브 분야. 하지만 허브는 시장이 협소해 한계가 보이자 쌈채소에 도전했다. 류 대표는 “농민들이 여름·가을 등 특정 철에만 농산물을 수확하면서 상추 이파리가 박스 값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365일 공급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 쌈채소 공급·판매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의 선택은 적중했다. 쌈채소는 아시아종묘의 인기 상품이 됐고, 매출로 이어졌다.

아시아종묘 성장의 원동력은 연구·개발(R&D)에 있다. 아시아종묘 전체 179명 사원 중 3분의 1인 65명이 R&D 인력이다.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한다. 이를 토대로 지금까지 14개 작물 132개 품종을 출원해 14개 작물 74개 품종을 보호등록했다. 류 대표는 “본사 사무실은 허름하게 사용하고 있어도 연구소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올해는 전북 김제육종연구소에 25억원, 내년에는 경기도 이천연구소에 25억∼3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종묘는 2020년 종자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류 대표는 “네덜란드가 땅은 좁지만 전 세계 종자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한국도 그런 회사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R&D 투자와 해외법인 확대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