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직장인 김모(45)씨는 추석 연휴 페이스북에서 연수익 9%의 투자 광고를 봤다. 부동산 대출형 크라우드펀딩(P2P 대출)에 소액 참여하면 원리금을 꼬박꼬박 상환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1%대인 은행예금보다 훨씬 수익률이 높고 이익이 보장돼 있어 끌렸지만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망설이다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이들을 위해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다음 달 도입될 예정이지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정부 고시보다 더 낮은 단계로 강제성이 없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학계와 법조계가 참여한 P2P 대출 태스크포스(TF)는 3차까지 회의를 진행,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완성했다. TF에서는 산업발전을 위해 규제를 늦춰야 한다는 금융위원회와 신뢰를 얻기 위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부업으로 분류된 P2P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TF가 만들어졌지만 가이드라인 도입을 앞두고도 내부 입장차가 여전하다.
금융위는 P2P 대출 산업의 성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규제를 느슨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처럼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면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일단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시장이 스스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감원은 선제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 당국 입장에선 법적 감독 권한이 없으면 산업 규모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면서 “산업 성장까지 염두에 두는 금융위와는 분명 입장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핀테크 산업의 일종인 P2P 금융은 현재 투자형 크라우드펀딩만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관할하고 있을 뿐 관련법은 없다. TF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도 강제력이 없기에 현 상황이 크게 바뀌진 않을 전망이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도입은) 나중에 투자자 피해 사례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생색만 내는 것”이라고 혹평하면서 “미국과 중국 등에서 거액의 P2P 대출 피해가 잇따르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흐름과도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용재 교수는 그러나 “대출과 관련된 업종이 이미 많은데 P2P 대출까지 별도로 법제화하면 약탈적 금융업자들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P2P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P2P 대출은 약 1100억원 규모로 350억원 수준이던 지난해에 비해 반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유례가 없는 급성장세다. 해외에 비해서는 여전히 작은 규모로 성장잠재력은 훨씬 더 크다. 하지만 현재는 P2P 대출의 세금이 일반 금융권의 2배인 27.5% 수준인 데다 TV광고도 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규제가 조속히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기획] 급성장 ‘P2P 대출’ 최소 규제냐 강력 규제냐
입력 2016-09-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