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렸던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검찰에 나와 “공직에 있는 동안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강 전 행장이 고교 동창 회사에 특혜성 대출을 해 주고 수억원대 경제적 이득을 챙긴 정황을 추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제3자 뇌물수수와 뇌물,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9일 강 전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 전 행장은 오전 9시30분쯤 검찰에 출석하면서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먼저 제 이야기부터 하겠다”며 “저는 평생 조국을 위해 일했다. 오해를 받고 있는 의혹들은 검찰에서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재차 “평생 조국을 위해 일해 온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공정하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주인이 머슴에게 당하는 격”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가 검찰이 불쾌한 내색을 내비치자 해명자료까지 내고 검찰에 사과한 바 있다.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압력을 넣어 지인 김모(46·구속 기소)씨의 바이오업체 B사,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업체 W사 등에 100억원대 투자를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류 수입업체 D사의 ‘관세 분쟁’에 개입해 지인 김씨가 3억2500만원의 뒷돈을 받도록 도운 의혹도 있다. 다만 강 전 행장은 “사실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경남고 동창인 임우근(68) 한성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정황도 잡은 상태다. 수산물 제조·가공 업체인 한성기업은 강 전 행장 재직 시절 산업은행으로부터 200억원대 대출을 받았는데, 검찰은 이 가운데 수십억원이 신용등급 조작 등을 통한 부당 대출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글=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檢 피의자 소환 ‘MB 경제 책사’ 강만수 “부끄러운 일 하지 않았다”
입력 2016-09-20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