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금의환향 기대” 비박 “구세주 띄우나”… 새누리, 계파별 ‘반기문 시각차’

입력 2016-09-20 04:30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0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금의환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내년 1월 귀국을 예고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찌감치 ‘반기문 대망론’을 띄웠던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그의 ‘금의환향’으로 여권 내 대권주자 가뭄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특정 세력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라는 의구심을 갖고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반기문 띄우기는 반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앞장서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써 달라고 (반 총장에게) 인사드렸다”며 “금의환향하기를 기대하겠다”고 했다.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 야당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에서 가진 반 총장과의 면담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은 정작 대선의 대(大) 자도 꺼내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에 대해 “여당 및 국민들이 환영할 일”이라며 “반 총장이 오셔서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갖고 보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반 총장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그분이 오셨을 때의 일은 그 이후의 일”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반 총장이 현실 정치의 칼날 검증 등을 감안해 등판 시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반 총장 띄우기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 전 대표는 “반 총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해야지 계속 가서 건드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주책 좀 그만 떨라고 해라”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 보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

최고위원회에서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반 총장이 구세주가 되는 양 너무 치켜세운다면 그것도 우리가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들 공정하고 공평하게 해야 한다”며 ‘공정 경선’을 강조했다.

친박계 일각에서도 ‘반기문=대선승리’라는 공식을 쓰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친박 인사는 “반 총장의 경쟁력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야 우리 당이 국민적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반 총장의 등장 가능성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반 총장과의 회동 사실을 전하면서 “(내년 대선과 관련한) 반 총장의 속내를 확인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며 “대응 전략을 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이) 어느 당으로 갈지는 말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제 목표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라며 독자 세력화 의지를 거듭 부각시켰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