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귀국을 예고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찌감치 ‘반기문 대망론’을 띄웠던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그의 ‘금의환향’으로 여권 내 대권주자 가뭄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특정 세력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라는 의구심을 갖고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반기문 띄우기는 반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앞장서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 세대를 위해 써 달라고 (반 총장에게) 인사드렸다”며 “금의환향하기를 기대하겠다”고 했다.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 야당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에서 가진 반 총장과의 면담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은 정작 대선의 대(大) 자도 꺼내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에 대해 “여당 및 국민들이 환영할 일”이라며 “반 총장이 오셔서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갖고 보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반 총장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그분이 오셨을 때의 일은 그 이후의 일”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반 총장이 현실 정치의 칼날 검증 등을 감안해 등판 시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반 총장 띄우기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 전 대표는 “반 총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해야지 계속 가서 건드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주책 좀 그만 떨라고 해라”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 보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
최고위원회에서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반 총장이 구세주가 되는 양 너무 치켜세운다면 그것도 우리가 정치사에 부끄러운 점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들 공정하고 공평하게 해야 한다”며 ‘공정 경선’을 강조했다.
친박계 일각에서도 ‘반기문=대선승리’라는 공식을 쓰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친박 인사는 “반 총장의 경쟁력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야 우리 당이 국민적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반 총장의 등장 가능성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반 총장과의 회동 사실을 전하면서 “(내년 대선과 관련한) 반 총장의 속내를 확인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며 “대응 전략을 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이) 어느 당으로 갈지는 말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제 목표는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는 것”이라며 독자 세력화 의지를 거듭 부각시켰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친박 “금의환향 기대” 비박 “구세주 띄우나”… 새누리, 계파별 ‘반기문 시각차’
입력 2016-09-20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