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방사성 요오드도 안 통해요”… 절망감에 경제부담 이중고

입력 2016-09-21 19:28
50대 초반 주부 A씨는 10년 전 갑상선암을 진단받아 갑상선 전절제 수술을 받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까지 마쳤다. 그 사이 갑상선암이 한 번 더 재발했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한 번 더 했다. 그리고 최근 암이 또 다시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여러 번 반복된 방사성 요오드 치료로 인해 A씨는 누적 방사성 투여 용량을 초과한 상태였다. 따라서 남아있는 치료법은 표적항암제 뿐이다.

갑상선암 중 ‘역형성암’, ‘수질암’은 치료가 어려운 악성 암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전체 갑상선암 환자의 0.6% 정도다. 흔치는 않지만 워낙 악명이 높아 많이 알려져 있다. 반면 발생비율이 98.7%에 달할 정도로 환자 수가 많은 분화 갑상선암은 초기에 발견해 수술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으면 치료 예후가 매우 좋다.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고 ‘착한 암’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착한 분화갑상선암 중 역형성암이나 수질암만큼 치료가 어려운 암이 있다. 바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듣지 않는 경우다. 전체 갑상선암 환자 10명 중 1명 정도가 이 경우에 속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듣지 않는 분화 갑상선암 환자들의 10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세포는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기에 알맞게 특수화된 구조로 변하는 분화 과정을 거친다. 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갑상선의 기능이 떨어져 요오드를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암이 진행되고 원격전이가 발생하면 갑상선암의 분화도가 낮아져 요오드를 흡수하는 능력이 점차 떨어진다. 첫 치료 후에 방사성 요오드를 잘 섭취하는 세포는 소멸되고, 분화가 덜 된 세포만 남게 되는 것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듣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이다.

이렇듯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안 듣고, 재발·전이·진행이 확인된 분화 갑상선암 환자들의 치료 대안은 표적항암제 한 가지 뿐이다. 다행히 임상시험을 통해 무진행생존기간을 18.3개월 연장하고, 64.8%의 높은 반응률을 보인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작년 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의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도 새로운 표적항암제의 높은 반응률을 근거로 해 다른 치료제 보다 선호되는 치료제로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신약은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갑상선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B씨는 “1년 전 갑상선암이 폐에 전이 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약효가 전 같지 않아서 의료진으로부터 장기적으로는 다른 치료제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나 때문에 지금까지 돈을 많이 썼는데 건강보험도 안 되는 약까지 쓰면 가족들에게 더 큰 짐이 될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갑상선암의 경우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병 연령대가 낮아 재발확률도 이론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듣지 않는 환자의 경우 병기가 높거나, 재발·전이된 환자가 많아 이미 치료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B씨는 “좋은 치료제가 있어도 보험이 안 되면 그림의 떡이다. 마지막 생명줄까지 붙잡고 싶어 하는 환자들에게 제발 희망고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암 투병만으로도 힘든데 비용 부담까지 이중고를 떠안아야 하는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시급한 실정이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