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 예산 느는데 팍팍해진 학교 살림

입력 2016-09-20 04:05

경기도 용인의 A초등학교는 지난해 학급 수가 30개에서 38개로 늘었다. 하지만 2014년보다 4000만원이 줄어든 예산이 내려왔다. 더욱이 A초등학교가 운영하는 병설유치원 3개 학급의 1년 운영지원금으로 고작 100만원이 책정됐다. 어쩔 수 없이 A초등학교는 영재사업, 방과후수업 프로그램을 축소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구의 자녀를 위해 무료 운영하는 돌봄교실 2∼3개를 1개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부천의 B고등학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학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산이 모두 3700여만원 깎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교과활동비 1300만원을 줄였다. 공공요금 같은 경직성 비용은 어떻게 할 수 없다 보니 교과활동비, 체험활동비 등을 아끼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새로운 시설이나 교보재 등에 투자를 할 여유가 없다”며 “인근 학교는 예산 부족으로 고장 난 화장실을 몇 달 동안 방치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교육 예산은 매년 늘고 있는데 정작 학교 살림은 빡빡해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은 60조6572억원이다. 지난해 예산보다 4조9113억원 증가했다.

그런데 일선 학교에 떨어지는 돈은 갈수록 줄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전국 1만1000여개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회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학교당 평균 세입결산(1년 예산) 총액은 22억6669만5164원으로 2012년보다 0.25% 줄었다고 19일 밝혔다. 전년 대비 감소폭은 2014년 2.04%, 지난해 0.42%에 이른다.

특히 공립학교가 어렵다. 지난해 학교당 평균 세입결산 총액은 2012년 대비 2.5% 감소했다. 교직원 인건비를 포함해 회계결산을 하는 사립학교의 경우 2012년 대비 지난해 소폭 증가했지만 인건비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예산 증가는 없는 실정이다.

전체 교육 예산은 증가하는데 일선 학교에 내려오는 돈은 왜 줄어드는 것일까. 표면적 이유는 시·도교육청이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예산 규모의 감소에 있다. 시·도교육청은 사업비나 학교운영비로 써야 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에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고 있다. 대신 지방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교부금으로 대신한다. 문제는 교부금 규모가 증액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리과정 대상자를 확대(만 3∼4세→만 3∼5세)한 데 있다. 시·도교육청이 각종 사업비와 학교운영비를 줄여 누리과정에 투입해야 하는 지경으로 내몰린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시·도교육청과 학교들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올해와 내년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늘어나고 제도적인 측면에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