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의원(두마) 선거에서 여당 통합러시아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저유가가 부른 경제난, 크림반도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 등 잇단 악재도 16년간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에게 생채기를 내지 못했다. 2018년 대선을 앞두고 푸틴의 국정 장악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19일(현지시간) 통합러시아당이 450석 가운데 343석(76.22%)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자유민주당, 정의러시아당은 각각 42석, 39석, 23석을 얻었다. 친푸틴 성향의 이들 4개 정당은 447석을 독식하며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하원을 장악했다.
총선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지역구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지역구 직선제 방식으로 치러졌다. 실질적 야당 야블로코당과 파르나스당은 각각 1.86%, 0.7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해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5%를 넘기지 못했다. 지역구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네 번째 집권을 노리는 푸틴은 이번 선거를 발판삼아 2018년 대선까지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통합러시아당 선거본부를 찾은 푸틴은 “여러 문제, 해결되지 않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명목상 푸틴은 어느 당 소속도 아니다.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통합러시아당 의장을 맡고 있다.
비판적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의 낮은 득표율을 거론하며 정치에 회의감을 느낀 야권 성향의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투표율은 2011년 총선(60.2%)에 비해 현저히 낮은 47.8%로 집계됐다.
일부 선거구에선 한 사람이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거나 여러 투표소에서 중복 투표하는 식의 불법 사례가 신고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푸틴, 총선 압승… ‘차르 시즌4’ 탄력
입력 2016-09-19 17:38 수정 2016-09-20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