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38년 논란 결론내자] 영구 처리시설 절박함엔 공감… 기존 원전 지역 추가 부담엔 난색
입력 2016-09-19 17:31 수정 2016-09-19 19:24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선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기본계획안 관련 첫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2시간 만에 파행됐다. 원전 인근 지역인 경주·영광·고창·부산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한 채 ‘지역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공청회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국내에서 원전이 가동 중인 데다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여서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리할 시설 마련이 당장 시급하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기존 원전이 들어선 지역에 추가로 부담을 주거나 신규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로드맵 가운데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이 가동되기 전까지 기존 원전 내에 임시로 건식 방식의 단기저장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기로 한다’는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 안에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방폐장유치지원법·18조)’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지역에 사용후핵연료 단기저장 시설을 추가로 신축하는 것은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나아가 고준위 폐기물도 영구 저장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는 지난 6월 고준위 폐기물 단기저장시설 신축 및 구조물 설치 반대 및 즉각 철회 등을 요구했다. 경주시의회와 경주 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고준위 폐기물을 조속히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로드맵이 지금까지 원전 인근에서 살며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당분간 더 큰 짐을 지우는 게 아니냐는 것이 주민들의 우려다.
로드맵 수립 과정에서 정부가 지역주민 의견 수렴을 소홀히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착수한 핀란드도 수년간의 지질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쳐 부지를 확정하기까지 총 23년이 걸렸다. 시간에 쫓긴 산업통상자원부 로드맵은 12년 안에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일(경주), 21일(영광), 22일(기장), 23일(울진)에서 주민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폐장 건설이 처음 추진된 1983년 이후 33년 만에 내놓은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어서 논란과 반대가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며 “에너지 수단으로서의 원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로드맵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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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